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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소국 가이아나, 산유국 되기도 전에 안팎에서 이전투구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Hidden News(숨겨놓은 국제뉴스)

중남미 소국 가이아나, 산유국 되기도 전에 안팎에서 이전투구

WBDJOON 2019. 2. 7. 10:35

2015년 5월 남미 대륙 북쪽에 있는 인구 78만의 소국(小國) 가이아나(Guyana)의 서북쪽 해상에서 석유가 터져 나왔다. 중남미 빈국 가이아나가 신흥 산유국이 된 순간이었다. ‘스타브로그 블록(Stabroek block)’으로 불리는 이 해역에선 그 후로도 유전 8개가 더 발견됐다.


이후 가이아나를 향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지난해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2025년에는 가이아나가 하루 75만 배럴을 뽑아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국민 1인당 원유 생산량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라파엘 트루트먼 가이아나 천연자원부 장관은 “몇 년 내 모든 국민이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내년부터 원유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 유전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한 미국 석유 기업 엑손 모빌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에 개발 비용과 수익 보전을 해주어도 가이아나 정부는 최소 연 60억 달러(6조7400억원)를 로열티와 세금 등으로 받을 예정이다. 이 돈을 가이아나 국민에게 모두 나누어주면 1인당 7700달러(860만원)가 돌아간다. 현재 국민 1인당 GDP (47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생산이 본격화하지 않았는데 가이아나 안팎에선 벌써 ‘석유 붐’을 노린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국내에선 유전 개발 사업을 두고 여야가 극한 정쟁에 돌입했다. 최대 야당인 인민진보당(PPP)이 “현 정부가 외국 석유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졸속 계약을 했다”며 제기한 정부 불신임안이 지난달 22일 의회를 통과했다. 야당은 내각 총사퇴와 3월 내 새 총선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인민민족회의(PNC)는 “불신임안 통과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며 최고법원에 불신임안을 제소했다. 하지만 최고 법원은 지난달 31일 "3월 내로 새 총선을 실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 불신임안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석유 붐’에 편승해 장기 집권해 보겠다는 둘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야권은 ‘2020년 중순에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미리 집권해야 장기 집권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불신임안을 밀어붙였다. 앞서 열린 지방 선거에서도 인민진보당이 승리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조기 총선을 막기 위해 불신임안 통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버텼지만, 3월 내로 새 총선을 열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새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2020년 석유 붐이 일고 경제가 살아나면서 인민진보당이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베네수엘라와의 영토 분쟁도 골칫거리다. 베네수엘라가 “스타브로그 블록은 우리 영해”라는 해묵은 주장을 다시 꺼내 들면서 이 분쟁이 국제사법재판소로 넘어간 상태다.  베네수엘라는 19세기 말부터 “에세퀴보 강 서쪽의 가이아나 영토·영해는 과거 영국이 베네수엘라로부터 강탈한 영토와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가이아나 영토와 영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유전이 있는 스타브로크 해역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쟁과 공공부문의 고질적인 무능·부패에 시달리는 가이아나가 유전을 둘러싼 안팎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