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요원 푸틴은 왜 동독 비밀경찰 요원 신분증을 갖고 있었을까

구(舊)소련의 비밀경찰·첩보조직인 KGB(국가보안위원회) 요원이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80년대 동독에서 동독(동독) 비밀경찰 슈타지(Stasi)로부터 발급받은 비밀 요원 신분증이 최근 독일 드레스덴 슈타지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됐다고 독일 일간 빌트지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푸틴의 슈타지 신분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소령(Maj Vladimir Putin)’이라는 이름과 직함이 적혀있고, 당시 30대였던 젊은 푸틴의 사진도 붙어 있다. 젊은 푸틴의 인상은 날카로운 지금 인상과는 사뭇 다르다. 이 신분증은 1985년 12월 31일에 발행됐으며 시한은 1989년 12월 31일까지다.

독일 빌트지가 공개한 푸틴의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요원 신분증

KGB 요인이었던 푸틴은 왜 동독 비밀경찰 요원 신분증을 갖고 있었던 걸까. 콘라트 펠버 드레스덴 슈타시 문서보관소장은 "이 신분증이 푸틴이 슈타시 요원으로 일했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라며 "슈타지 사무소에 출입하거나 다른 요원을 채용할 때 이 신분증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러시아 크렘린 궁은 “당시는 KGB와 슈타지가 협력 관계였기 때문에 상대 기관 요원들에게 신분증을 발급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푸틴의 과거는 상당 부분 비밀로 남아있지만, 푸틴이 1980년대 동독 드레스덴에 파견되어 정치 스파이로 활동한 사실은 최근 출간된 푸틴 전기 등에서 공개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1989년 12월 5일 드레스덴 주민들이 푸틴과 KGB 요원들이 머물던 집을 습격하려 몰려든 일도 있었다. 이때 푸틴은 주민들에게 다가가 “나는 KGB 요원이 아닌 통역사”라고 소개하고 “당신들이 KGB 요원들이 사는 집에 들어가면 총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허풍 섞인 거짓말을 해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2009년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발견된 사진에 관광객으로 변장한 KGB 요원 푸틴(맨 왼쪽)이 찍혀있었다.

푸틴은 러시아 총리로 재직하던 2009년 자국 방송에 출연해 동독에서 KGB 요원으로 활동했던 일을 언급하며 “그 당시 사회주의 체제는 자유가 주어진 서유럽 체제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해 미국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는 1988년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구 소련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방문했을 때 관광객으로 변장한 푸틴과 한 어린이가 레이건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