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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구만 6억...'e스포츠 대국'으로 가는 중국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Hidden News(숨겨놓은 국제뉴스)

게임 인구만 6억...'e스포츠 대국'으로 가는 중국

WBDJOON 2019. 1. 10. 15:21

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창베이(華强北) 거리에 있는 대형 전자 상가 ‘세이거전자시장(賽格電子市場)’  6층 컴퓨터 매장에는 이른 오전부터 젊은이들이 북적인다. 한 브랜드 코너의 직원은 "대부분 게임 전용 PC나 마우스, 키보드를 사려는 사람들"이라며 "지난해까지는 VR관련 제품이 많이 팔렸지만, 최근에는 게임전용 명품이 유독 인기"라고 말했다. 하나에 2000~6000위안(약 35~100만원)씩 하는 게임 전용 마우스나 키보드를 구입하는 손님도 보였다. 매장을 둘러보던 한 남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사용하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세이거전자시장 옆 세이거광둥빌딩에서는 3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프로 게임 중계 스튜디오가 지난해 2월에 문을 열었다. 세이거 전자상가를 운영하는 세이거 그룹이 상가로 활용되던 건물 1,2층 전체를 리모델링해 프로 게임 중계와 방청, VR 게임 체험 등이 가능한 e스포츠 시설로 단장했다. 세이거 그룹은 "최근 e스포츠 인기가 높아진 것을 겨냥한 시설"이라며 "전자 제품과 IT 창업으로 유명한 화창베이 거리를 장기적으로는 e스포츠 명소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프로 게임을 중계·관전하는 e스포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2017년 중국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46억 달러, 중국 내 게임 이용자 수는 약 6억명에 달한다. 미국 인구의 2배가 넘는 중국인이 게임을 즐기거나 게임 방송을 시청·관람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온라인 PC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의 중국인 이용자 수도 2억2000만명을 넘었다. 2017년 중국 베이징·우한·상하이·광저우 등에서 열린 LOL 월드챔피언십 대회도 경기장을 찾은 총관객 수만 17만명, 한국팀과 중국팀 간 준결승전을 온라인으로 시청한 중국인 수만 9600만명이 넘을 정도로 흥행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LOL 프로 선수 중 세계 최고로 꼽히는 한국의 ‘페이커(이상혁·SK텔레콤T1)’는 중국 젊은이 사이에서 우상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승이 좌절된 페이커가 눈물을 흘린 것이 그날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한류스타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을 제치고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모바일 게임도 중국에서는 이미 e스포츠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모바일 메신저 앱 위챗(Wechat·웨이신)을 운영하는 텐센트사의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가 대표적이다. 왕자영요는 텐센트가 LOL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해 LOL을 모바일 게임 버전으로 제작한 것인데, 이미 이용자 수가 2억명을 넘어 중국에서는 ‘국민 게임’으로 불린다. 왕자영요의 프로리그인 KPL(King Pro League)은 전용 경기장이 들어설 정도로 LPL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 e스포츠 산업이 급속히 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도 게임은 학생들의 학업을 망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정부가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 못지 않게 대우하면서 사회적인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03년 e스포츠를 99번째 공식 체육 종목에 편입시키고 e스포츠 산업을 꾸준히 육성했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 혹은 국제 규모의 e스포츠 대회 개최도 지원하고 있다. 2017년 중국 체육부가 발표한 고등직업교육 전공 목록에 e스포츠가 등재됐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e스포츠 산업 종사자들을 정부 차원에서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된 것에도 중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e스포츠는 지난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고,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 알리 스포츠가 아시아올림픽 평의회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알리 스포츠는 “e스포츠를 2028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폭력성과 잔인한 요소가 없고, 지적 재산권이 개방된 인기 있는 게임을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하자는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안한 상황이다.  ‘e스포츠 산업을 국가적인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구상이 기업들의 협조 속에서 실현되는 모양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e스포츠 시장은 중국 e스포츠 업계의 차기 공략 대상이다. 이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내 e스포츠 이용자는 약 1억명에 달하고 2017년 게임 시장 매출액은 총 22억 달러(2조 3000억원)에 이르렀다. 2017년 8월 홍콩에서 처음 열린 ‘홍콩 e스포츠-뮤직 페스티벌’에도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관람객 5만여명이 몰려들었다. 이 페스티벌에 홍콩 정부는 3500만홍콩달러(약 47억원)를 개최 비용을 지원했다. 폴 챈 홍콩 재무장관은 "e스포츠는 향후 10년간 홍콩 경제 발전에 중요한 잠재력이 될 것"이라며 홍콩을 동남아 e스포츠 시장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