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아성 켄터키주 주지사 빼앗겨...트럼프 재선 가도에 적신호?

5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켄터키·미시시피·뉴저지 등 4개 주에서 시행된 주지사와 주 의회 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3곳에서 승리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짝수년에 지방선거를 하지만 이 4개 주와 루이지애나주는 홀수년에 지방선거를 치른다. 

대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열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데다, ‘민심 바로미터’로 불리는 버지니아주와 공화당이 전통적 강세를 보인 켄터키에서조차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앤디 베시어 후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변은 켄터키주 주지사 선거였다. 민주당 앤디 베시어 켄터키주 법무장관이 70만9673표(49.2%)를 획득, 70만4523표(48.9%)를 얻은 공화당 매트 베빈 현 주지사를 약 5100여표 차이로 꺾었다. 지난 대선 때 켄터키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63%를 득표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30% 차이로 앞섰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과는 공화당과 트럼프에겐 정치적 재앙이다. 

 

켄터키주의 한 말 농장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게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섰던 곳이 켄터키주라, 트럼프에게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결과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켄터키 농민들의 표심이 크게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의식해 켄터키 주 등 '팜 벨트(미 농업지대)'를 지원하는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약발이 들지 않은 것이다. 

민주·공화 양당 지지자와 중도층이 골고루 분포한 버지니아주 주 의회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26년 만에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선거 전까지는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40석 중 21석, 하원 100석 중 최소 53석을 확보했다. 이는 버지니아에서의 승리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대선 전망에 낙관론을 더했다. 

뉴저지와 미시시피에서는 이변이 없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뉴저지 주의회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했고, 공화당이 우세한 미시시피에서는 공화당 테이트 리브스 현 부지사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켄터키와 버지니아에서 민주당이 승리함에 따라 공화당은 인기 없는 트럼프 대통령과 엮인 자신들의 운명이 곤경에 처했음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전통적 우세 지역과 핵심 경합 지역에서 모두 패하면서 트럼프의 재선 전망도 그만큼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4개 주는 지방선거 투표율이 20~30%대에 그쳐 이번 결과를 정확한 민심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