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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총선)멀어진 민정(民政)… 군부세력 예상밖 승리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태국총선)멀어진 민정(民政)… 군부세력 예상밖 승리

WBDJOON 2019. 3. 26. 11:48

24일 하원 의원 500명을 뽑는 태국 총선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내세운 친(親)군부 세력이 언론과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탁신계·민주계 세력을 상대로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탁신계 정당은 2001년 이후 선거에서 패배한 적이 없어 이번 총선 결과는 이변으로 평가된다. 이는 '탁신계 내각이 수립되면 군부 쿠데타가 재발하거나 정치적 불안이 가중될지 모른다'는 민심의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25일 오후 발표한 비공식 개표 결과(개표율 94% 기준)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를 내세운 친군부 정당 '팔랑 쁘라차랏'당은 총득표수에서 770여만표를 얻어 721만표를 획득한 탁신계 '푸어타이'당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의석수에서는 푸어타이당이 135~143석을 차지해 117~140석으로 예상되는 팔랑 쁘라차랏당을 제치고 원내 1당이 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총득표수와 이 정도의 의석수 차이는 선거 직전 팔랑 쁘라차랏당이 간신히 원내 2·3당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2016년 군부가 개정한 태국 헌법에 따라 차기 총리는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 250명과 하원 의원 500명을 합쳐 과반(376명)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선출된다. 이번 총선 결과라면 상원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팔랑 쁘라차랏당이 연정(聯政) 없이 단독으로 쁘라윳 총리를 차기 총리로 선출할 수 있다. 


다만 푸어타이당이 하원 원내 1당이 된 건 2014년 군부 쿠데타로 5년간 이어진 군정(軍政)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음을 뜻한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군부 통치 이후 태국은 민주주의가 위축되고 빈부 격차가 커졌으며 경제도 좋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탁신계 내각이 수립될 때마다 반복됐던 정치적 혼란을 피하고, 안정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민심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친(親)서민 포퓰리즘을 내세운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등장한 2001년 이후 태국은 탁신계 진영과 보수 진영으로 분열돼 극심한 갈등을 벌였다. 정쟁이 극에 달하면 군부가 이를 명분 삼아 쿠데타를 일으키는 일도 반복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총선으로 탁신계 내각이 수립되면 군부가 재차 쿠데타를 일으킬 거라는 소문이 선거 전부터 파다했다"고 했다.


태국 국왕도 선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혼란을 일으키는 나쁜 이들 대신 좋은 사람들을 지지하라"며 평화와 안정을 강조한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의 대국민 메시지가 왕실에 대한 존경심과 충성심이 남다른 태국 국민의 표심에 영향을 줬다는 게 언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태국 민심은 '민주 속의 불안'보다 '군부 지배 속의 안정'을 택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기성 정치의 변화를 갈망하는 움직임도 뚜렷했다. '기성 정치권 혁신'과 '군부 축출'을 내세운 민주계 정당 '퓨처포워드'당은 수도 방콕 일대와 20~30대 젊은 유권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80여 석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 단숨에 원내 3당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