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News by ChatGPT!

트럼프의 기자회견으로 구성해 본 2차 북미정상회담의 풍경 본문

Column(시론)

트럼프의 기자회견으로 구성해 본 2차 북미정상회담의 풍경

WBDJOON 2019. 2. 28. 20:11

이번 정상 회담은 미국이 북한에게,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한 판이었다. 오늘 오전까지 "비핵화 의지가 있으니 여기까지 왔다"고 호언장담한 김정은은 빈 손으로 뻘줌하게 베트남을 돌아보다 귀국하게 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합의 도출에 실패한 후 이뤄진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모습을 떠올릴 단서가 될 말들이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추가적인 핵 시설을 알고 있는 것에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이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 시설이 있다"면서 "핵탄두 무기 체계, 미사일이 빠져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가정해보면 아마도 정상회담은 이렇게 진행된 것 같다. 정상회담 전 실무자 간 회담에서 제재 완화 가능성에 한껏 부푼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폐기 대상이 될 북한의 핵 시설 및 무기, 미사일 등을 목록으로 작성한 일명 '비핵화 리스트'를 미국 측에 제시한 걸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들을 전부 폐기하면 우리는 비핵화가 달성되니 제재를 전면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던 것 같다.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는 "북한이 제재 전면 완화를 요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회담 분위기는 북한이 기대한 것과 정반대로, 급격하게 반전됐던 것 같다. 이날 오전까지 제재 완화와 핵 시설 폐기에 동의할 거 같던 트럼프는 확대회담에서 "리스트에 미국 정부가 파악한 추가적인 핵 시설과 무기 체계가 빠져있다"며 '아마도 처음'으로 북한에게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했던 것 같다. 이에 북한 측은 꽤 당황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라는 대목에서 상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 왜 미국 실무자들은 회담 준비 과정에서 북한에 "왜 우리가 아는 핵 시설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다그치거나 질문하지 않았을까. 추론해보자면 트럼프는 오늘 낮까지도 김정은의 진정성을 '테스트'해본 것 같다. "우리가 모르쇠를 하면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정말 솔직하게 핵 시설과 핵무기를 전부 다 신고할 정도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해보자"는 차원으로 실무 회담을 진행하고, 막판에서 트럼프가 딜을 건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북한 측 반응을 본 트럼프는 아마도 "시간을 좀 줄테니 내가 말한 그 시설과 무기, 핵탄두도 다 포기할 건지 결정하라. 포기한다고 하면 제재 완화하고 북한 경제 발전에 도움주는 합의에 서명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예정된 회담 시간이 1시간 반 정도 더 길어진 건 아마 트럼프의 말에 북한 측이 고심하는 데 들어간 시간이었을 것이다.(어쩌면 이 시간동안 김영철이 김정은에게 조인트를 까였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오늘 답하기 힘들 거 같다"고 했을 것이고, 트럼프는 "좋다. 더 고민하고 다음에 다시 보자"며 김정은과 악수하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회담장을 나왔을 것이다. "오늘 회담은 화기애애하게 끝났다"고 한 트럼프의 회담 분위기 묘사는, 사실 이번 담판의 승자 트럼프가 패자 김정은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분위기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일련의 회담 풍경을 트럼프는 몇 마디 문장으로 기자들에게 '공표'했다. 일종의 승리 선언인 동시에 '또 한 번 장난치면 더 이상 좋은 대화는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의미도 있다. 더불어 계속 대화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김정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트럼프가 '노 딜(No deal)'을 선언하면서 트럼프를 험하게 비판해온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과 미국 언론들을 제대로 한 방 먹었다. 미국 내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국내서 비난받는 트럼프가 비판 여론을 무마시키려 북한과 호구 딜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를 거듭해서 내보냈다. 이날 미국 방송들은 트럼프의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의회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가 온갖 거짓말과 불법을 저질렀다고 증언한 것을 미북 정상 회담보다 더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예상과 달리 깔끔하게 '노 딜'을 택했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서두르기보다, 옳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나 호구 아니야 이 새끼들아"하고 미 전문가들과 언론의 예상을 뭉게버렸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전 실무회담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며 트럼프의 실패라고 합리화 하고 있지만, 나는 오늘 정상 회담은 철저히 트럼프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또 한번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는 걸 입증했다. 오히려 자신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도덕도 무시할 수 있고, 그만큼 전략적인 수도 던질 수 있는 영악한 전략가임을 보여줬다.

또 하나 분명해진 건 김정은이 '지금까지 말한' 비핵화라는 것이 결론적으로 미국을 향한 속임수,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개구라'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북한의 비핵화가 정말 진의가 담긴 것인지에 문재인 정권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저 김정은의 선의를 순진하게 믿고 낙관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만약 김정은이 핵 일부를 숨기는 것까지 알면서 미북 간 중재와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한 것이라면, 종북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트럼프가 대화를 계속할 것임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이제라도 제대로 된 비핵화 의사를 보이면 받아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빈 손으로 베트남을 시찰하는 김정은의 머리 속에는 "이제 어떡하지"라는 말이 계속 맴돌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제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하지말고 "북한의 비핵화 진의를 어떻게 검증하지"라는 고민도 같이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