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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유혈사태, 시위대에 발포 26명 사망...국제 사회 대리전으로 확산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Venezuela(베네수엘라 뉴스)

베네수엘라 유혈사태, 시위대에 발포 26명 사망...국제 사회 대리전으로 확산

WBDJOON 2019. 1. 28. 17:34

베네수엘라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26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국제사회도 마두로를 지지하는 진영과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대립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군부가 일단 마두로 지지를 선언하면서 베네수엘라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이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사회갈등관측소(OVCS) 등 현지 인권단체들은 "전날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며 "이 과정에서 18세 청년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최소 26명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고 175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서 125명이 숨진 데 이어 약 2년 만에 또다시 반정부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진 것이다. 영국 BBC는 "중산층 이상 시민이 주로 참가했던 과거 시위와 달리 이번 시위에는 마두로·차베스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빈곤층도 상당수 참여했다"며 "마두로 정권의 지지 기반이 약해졌다는 신호"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 향배의 열쇠를 쥔 군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마두로 조기 퇴진 가능성은 작아졌다. 이날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장관과 8명의 장성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마두로는 우리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라며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헌법과 마두로 대통령을 거스르는 쿠데타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미국 대 중국·러시아' 대립 구도로까지 커지는 양상이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에 2000만달러(약 224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과이도 의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도 요구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베네수엘라 소재 외교관 중 필수 인력이 아닌 이들은 철수하지만 대사관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법성을 잃은 마두로 대통령의 대사관 폐쇄 및 외교관 철수 요구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은 베네수엘라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마두로와 전화 통화를 갖고 "파괴적인 외국(미국)의 간섭은 국제법의 기본을 짓밟는 것"이라며 마두로 지지 의사를 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중국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독립과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마두로 편에 섰다.


AFP통신과 CNN 등 외신들은 마두로 퇴진을 둘러싼 베네수엘라 사태가 국제사회에서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 구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필두로 EU(유럽연합)와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미주 우파 국가들은 반(反)마두로 입장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쿠바, 볼리비아 등 남미 좌파 국가와 터키, 시리아 등 권위주의 정권들은 마두로 쪽이다.


이처럼 강대국들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개입하는 이유는 석유 등 자국의 이권과 영향력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남미를 미국의 영향권으로 본다. 이 중 마두로와 그의 정치적 스승 우고 차베스는 반미 좌파 기치를 내세우고 집권하며 남미 내 미국 영향력을 줄이는 데 앞장서왔다. 미국 입장에선 눈엣가시다.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고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 남미 내 미국의 영향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고,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에 미 석유 기업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에 입장에선 마두로 정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우호적인 파트너다. 두 나라 모두 마두로 정권에 수백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지하자원을 개발·생산해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마두로 정권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주요한 남미 파트너이기도 하고, 러시아 무기를 대거 수입해 러시아 군수산업의 주 고객이기도 하다. 이대로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고 행여 우파 정권이 들어설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마두로에 쏟아부은 돈을 회수하기도 난망하고, 그동안 쌓아온 남미 내 영향력도 급속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국은 그 방향이 쉽게 결론 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마두로 조기 퇴진의 열쇠를 쥔 군부가 끝내 마두로를 택하면서 사태가 일찍 수습되기 어려워졌다"며 "반정부 시위가 커지고 마두로 퇴진 압력이 높아지면서 군부 내에 분열이 일어나야 비로소 마두로가 퇴진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1월 26일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6/20190126003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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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사정상 생략되었던 분석 내용 추가·보완함(굵은 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