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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코로나19 사태 (2020년 2월~)

[코로나19 취재기]정부는 코로나19를 근절할 의지가 없다

WBDJOON 2020. 2. 20. 11:02


 2주간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취재하며 내가 내린 잠정 결론은 "현 정권은 코로나19를 근절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질본과 민간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방역대책은 줄줄이 정치 논리, 외교 논리로 짓눌리는 양상으로 보인다.

 

 이 정권이 진정으로 코로나19를 초기에 근절하려했다면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제한, 그게 안된다면 우한과 후베이성에 대한 선제적인 입국 제한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안했다. 이유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잠복기 상태에 있던 중국인들이 줄줄이 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이런 가설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 사회 전파가 본격화되었기 때문에 이 가설은 현재로선 신빙성이 아주아주, 갑자기 높아진 상황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지금 지역 사회에 코로나19가 대규모로 전파한 원인을 되짚어보자면, 결국 중국에 대한 전면적 입국 제한이 없었던 게 가장 큰 패착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에 대한 접촉자 관리가 부실해서 지역 사회 전파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정부는 의문의 29번, 31번 확진자의 감염원을 찾아내 "접촉 관리가 부실해서 지역사회 전파로 왔다"는 주장을 관철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야 입국 제한을 초기에 하지 않은 책임을 면피할 수 있으니까.

 

 정부는 중국인에 대해 별도로 체온 측정과 건강상태질문지를 작성하게 하고 개인 연락처를 확인하는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특별입국절차도 코로나19에 감염돼 잠복기 상태인 중국인을 걸러낼 수 없다. 코로나19 잠복기는 짧게는 4일이지만 길게는 감염 후 14일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잠복기 상태로 특별입국절차를 통과하고 난 뒤 국내에 들어와 증상이 발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또 자가진단앱이라는 걸 개발해 입국하는 중국인들에게 휴대폰에 설치하도록 안내한다. 어플에 매일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 지 자진신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순전히 중국인 입국자의 자발성에 기댄 방역 조치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 자가앱을 설치한 비율은 중국인 입국자의 90% 정도 되고, 매일 자가진단을 입력하는 비중은 78% 정도다. 달리 말해 중국인 입국자중 자가진단앱을 설치하지 않거나,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입력하지 않는 비중이 20% 정도 된다. 이들이 증상이 발현해도 병원에 가거나 스스로 방역당국에 전화를 걸어도 신고하지 않는 이상 방역 당국이 이들을 포착하고 관리할 방법이 없다. 즉 이들이 가벼운 감기 증세로 여기저기 다니며 코로나19를 퍼트리면 누구도 잡아내고 알아낼 방법이 없다.

 

 이렇게 방역의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도 이 정권이 입국 제한 확대를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천만 다행으로 국내 확진자 중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고 퇴원자 대부분 경증만 앓고 회복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정권 윗분들은 이런 현상을 보고 꽤 상황을 낙관했던 것 같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4일 가량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조기 종식'까지 운운하는 분도 나왔다.

 

 

 그 무렵 나와 통화한 한 전문가는 "정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4일 정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방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감염병의 확산은 보통 잠복기 단위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1차 감염자에게 병을 옮은 2차 감염자의 증상이 보통 1~2주 뒤에 발현하기 때문에, 확진자가 마치 파도처럼 크게 늘었다 다시 잠잠하고, 다시 크게 늘어나는 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잠잠했던 코로나19는 지난 주말 감염원을 알 수 없는 29번 확진자의 등장을 시작으로, 영문없이 대구에서 재차 확진자가 무더기로 늘어나고 있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마치 개념없는 31번 환자가 병을 마구 퍼트린 것 처럼 오해할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이 31번 환자가 도대체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등장했다는 건 이미 그 사람을 감염시킬 의문의 감염원, 확진자가 꽤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권 입장에서 여전히 낙관할 부분은 딱 하나. '아직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보통 여름이 되면 잠잠해지니까 ,사망자 없이 다가오는 봄만 넘기면 코로나19는 계절성 독감 정도로 치부되고, 지금 상황은 일련의 해프닝으로 일단락 될 것이다. 이 정권은 아마 그런 기대를 막연히 품고,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당장 총선이 다가오니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하거니와.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또다시 이런 기대와는 상반된다. 코로나19가 젊은 사람이나 어린이에겐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지만, 독감에 취약한 고령층, 만성질환자에게 퍼질 경우 사망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대구처럼 병원 내 감염, 응급실 폐쇄가 본격화하면 병원들이 의료를 중단하게 되고, 이에 엄한 중증환자들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들일 줄줄이 터질 가능성도 놓여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위기 경보 격상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방역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하는데, 이 정부는 계속 확진자가 늘면 후속 대책을 내놓는 식으로 꼬리잡기를 한다"고 성토한다. 왜 그럴까. 내 추측으로는 코로나19가 취약계층에 퍼졌을 때 나타날 일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고 있고, 오로지 민심을 달래는 정치 공학적 접근으로 방역 대책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전문가들은 "질본 내 의료 전문가들은 아마 속이 터질 지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렇게 후속 대책만 내놓으며 쫓아다니기만 하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200명을 훌쩍 넘어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입국 제한을 걸 거나 미국이 아니더라도 유럽, 다른 국가에서 비슷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한 전문가는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입을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아예 초기에 중국에 입국 제한을 걸었던 게 훨씬 낫아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코로나19 확산의 대문은 진즉에 열려있었고, 이제 본격적인 확산세로 접어들었다. 정부의 대책은 계속해서 병이 확산하는 것보다 스텝이 늦다. 정부에 기대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다. 손 잘 씻고, 마스크 잘 쓰고, 휴대폰도 잘 닦아야 한다. 회식, 친구와의 모임, 식사도 당분간 피하시라. 덜이용 수저를 쓴다고 해도 안전하지 않다. 가벼운 감기 증상을 앓는 친구가 밥을 먹으며 내게 튀긴 침 한 방울로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