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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WSJ 특파원의 베네수엘라 체험기 -4- 본문
1장 베네수엘라 환전 전문가 '레오'
<2>
베네수엘라에서 달러를 살 때 지불해야하는 돈은 그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직장을 갖고 있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은 극소수 엘리트에게 1달러를 6.3볼리바르에 바꿔갈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은 보통 식료품 가공, 의약품 등 주요 산업에서 사업체를 소유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저렴한 환율을 배정하는 명분은 이 기업들이 좋은 환율로 거래를 해야 베네수엘라에 필요한 생필품을 매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를 원활하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이 제품이나 의류를 수입하는 업자들도 종종 이 환율로 달러를 구할 수 있다. 정부와 연줄이 닿은 부패한 기업가들(베네수엘라에 너무나도 많이 있다)역시 이 환율로 달러를 구할 수 있다.
제2환율은 달러당 12볼리바르로 거래되는데, 일반적인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아주 운이 좋으면 접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환율이다. 법적으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 환율로 3000달러까지 신용카드에 돈을 채워둘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카드를 해외에서만 사용한다. 또 평균적인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달러를 구하려면 몇 시간에 걸쳐 신청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담당 정부 관리가 이를 승인하는 데에만 최소 몇일, 또는 몇주, 길게는 몇달이 걸리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에 주재한 외국 기업들도 이론적으로는 베네수엘라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달러당 12볼리바르 환율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2012년에 외국 기업이 본국으로 송금시 달러로 환전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제2 환율에도 접근할 수 없는 대부분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달러당 50볼리바르의 제3 환율을 이용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달러화를 구하기 어려워 정부에 로비와 청탁을 하는 산업계를 대상으로 제3환율을 기준으로 달러화를 경매 방식으로 거래해줬고, 기업들은 이 방식을 이용해 근근히 달러를 구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달러화 경매는 재고가 부족한 자동차 부품 기업, 공업용 탄산소다가 필요한 유리제조업체, 가죽이 필요한 신발제조업체, 마취제와 치아보형물이 필요한 치괴의사 등을 상대로도 이뤄지며, 심지어 콘택트렌즈와 렌즈세척액이 필요한 안과 의사들을 상대로 이뤄지기도 했다. 가끔 일반 시민들도 이 환율로 달러를 구하려고 경매에 입찰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이 베네수엘라에서 신용카드를 쓸 경우 달러당 50볼리바르로 청구됐다.
달러가 너무나 간절히 필요한 사람이라면 2015년 초 기준으로 달러당 180볼리바르의 불법환율이 통용되는 달러 암시장으로 가야만 했다. 사실 달러당 180볼리바르도 일시적인 환율일 뿐이었다. 암시장에서의 환율은 매일, 매주, 매달마다 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편집한 2016년 3월에는 암시장의 환율이 달러당 1200볼리바르로, 약 1년만에 5600% 증가했다. 기사나 책이 발행되는 속도로는 도저히 볼리바르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이 나라에선 달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왕족처럼 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달러를 구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써야 한다.
최근 내가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건 어느 토요일로, 나는 그날 오전 10시 신용카드도 현금도 없이 '르네상스 카라카스 라 카스텔라나' 호텔에 도착했지만, 이미 내가 묵을 방은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어떤 사람이 미리 나 대신 체크인을 해두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방에 도착한 지 15분 뒤 그 사람은 내 방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남자는 거래를 위해 호텔 옆 까페에서 나와 만나고 싶다고 했다.
몇 분 뒤 나는 카라카스에서 화려한 고층빌딩과 초고급 호텔, 고급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르네상스 호텔 인근 지역의 북적한 까페에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일상적인 인삿말을 주고 받았고, 그 남자는 태연히 두툼한 갈색 종이 봉투를 테이블 위에 내밀었다. 봉투에는 4만볼리바르가 들어있었다. 나는 봉투에 든 돈을 세지 않았다. 굳이 그 앞에서 돈을 세어보는 게 그 남자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카라카스 한복판에서 고무줄로 묶인 두툼한 지폐를 세어보는 건 강도를 당하거나, 도둑으로 의심받아 경찰에 체포되기 딱 좋은 행동이기 떄문이었다.
내게 돈을 전해준 남자와 이렇게 볼리바르를 사들인 내 행동은 모두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는 행위다. 정부가 관여하는 한 달러화는 1달러당 6.3볼리바르, 또는 12볼리바르나 50볼리바르의 가치가 있다. 은행 밖에서 다른 환율로 달러를 구하는 행동이 발각되면 당신은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당시 나와 거래한 친절한 환전상이 거래를 하는 암시장에서는 내가 가진 달러화를 공식 환율보다 약 29배 높은 가치로 현지 화폐로 바꿀 수 있었다. 이 정도 차이라면 기본적인 산수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달러를 뒷골목에서 거래하려 할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현금을 단 한푼도 챙기지 않은 채로 베네수엘라에 간 이유다. 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베네수엘라에서 물건을 사며 해외 신용 카드를 사용한다. 만약 내가 그렇게 한다면 내가 21일간 이 호텔에 머문 투숙비는 4000달러를 훌쩍 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친절한 환전상 덕분에 21일간의 숙박료로 총 1105달러만 지불했다.
나의 환전 업무를 맡아준 친절한 환전상의 이름을 여기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의 신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저 그 남자가 자신의 고객들 사이에서 '1-800-레오(LEO)'라는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 뿐이다. 그의 고객들이 그가 하는 일들을 총칭해서 말장난처럼 부르는, 일종의 별명이다. 카라카스에서 당신 대신 휴대전화 요금이나 케이블 TV 요금, 심지어 아파트 월세까지 대신 내주길 바라는가? 그럼 1-800-레오에게 전화를 걸면 된다, 이런 식이다.
그를 좀 더 묘사해보자면 그는 키가 185cm 정도이며, 과거에는 경제학자로 활동했으나 지금은 학자 커리어를 포기하고 전문적인 달러 암거래상으로 활동한다. 무엇보다 그는 고객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데도 아주 전문적이다. 그는 매주 제 시간에 맞추어 내 호텔 요금을 내주었고, 내가 볼리바르화가 필요하면 언제든 볼리바르화를 구해다줬다. 공항에서 픽업을 해주기도 했고, 비행편을 예약하거나 필요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도 구해다 줬다.
그는 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 직후 PDF나 엑셀파일로 내 계좌의 남은 잔고를 정리해 이메일로 보내줬다. 나는 그 보수로 현금을 주지도 않았고, 베네수엘라 내에서도 지급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가 개설해놓은 해외 차명 계좌로 보수를 지급했다. 이렇게 하면 달러 암거래상은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 방법을 가장 선호했다.
그는 나에게 마치 '인간 신용카드'와 같은 존재였고, 나뿐만 아니라 외교관, 석유 기업의 중역, 특파원 등 달러를 볼리바르로 환전하고 싶어하는 그의 고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달러를 사들인 뒤 달러가 간절히 필요한 베네수엘라 사람들, 기업들에게 되팔아 돈을 벌었다.
그는 철저히 비밀리에 움직였다. 정부가 이를 알게 되어 관여할 경우 그의 달러 거래 사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며 늘 일정의 수수료를 받았고, 10년 이상 이 사업을 꽤 잘 굴려왔다. 덕분에 그는 카라카스 시내 전경이 훤하게 보이는 60평 넓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거의 매년 가족들을 데리고 해외로 휴가를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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