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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월스트리트저널(WSJ) 특파원의 베네수엘라 체험기 -2- 본문
프롤로그: 세계에서 가장 미친 상태의 경제 <2>
카라카스 주재 특파원으로서 내게 주어진 역할은 전 세계 석유 시장의 키 플레이어인 차베스가 어떻게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는 지 보도하는 것이었다. 베네수엘라가 미국 국경으로부터 고작 430km 떨어져있으며, 미국인들이 차에 주유를 하며 지불하는 돈의 상당부분이 베네수엘라로 간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미국인은 별로 없다. 미국 내 많은 고속도로에 깔려있는 아스팔트는 대부분 베네수엘라 원유에서 추출한 것이다. 미국 내 중요 석유 정제 기업 중 하나인 '시트고(Citgo)'는 베네수엘라 정부 소유다.
베네수엘라의 주 수출품인 석유와 석유 제품은 국제 경제에 중요성을 갖고 있다. 자동차 타이어, 컴퓨터 부품, 신발, 텔레비전, 볼펜, 가구, 의류, 휴대폰, 샴푸, 쓰레기봉투, 심지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야구에 쓰이는 매트까지 모두 석유가 원재료다.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석유가 없다면 우리는 고립되고, 지루하고, 방치되고, 굶주리고 발가벗겨진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석유는 국제 무대에서 베네수엘라에 아주 특이한 중요성을 부여했고, 당시 차베스는 그 힘을 활용할 의지가 충만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선동에 능한 차베스 대통령의 통치보다 더 흥미로운 현상들을 베네수엘라에서 발견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굉장히 이색적인 경제현상들이 벌어졌고, 이는 단지 달러 암거래 이상의 것들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차를 한 대 구입하려고 했을 때 흥미로운 이상현상을 우연히 마주했다. 석유로 인한 경제 호황 속에서도 새로 출시된 최신형 차를 찾기가 어려웠고, 중고차 가격들은 도리어 미국 내 가치보다 훨씬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2005년 베네수엘라에서 중고로 포드사의 피에스타를 구입해 4년 동안 이용하고 2009년 다시 중고로 되팔았는데, 이 때 나는 차를 샀던 돈을 그대로 회수할 수 있었다. 중고차를 구입한 것이 인플레이션과 달러 대비 볼리바르 가치 하락에서 내 자산 가치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은 달러 대비 볼리바르의 가치가 안정적이었을 때나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았을 때에도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통상적으로 활용하는 재테크 방법이다.
또 눈에 띈 건 가솔린 가격이었다. 베네수엘라 처음 차에 주유를 가득했을 때 내가 지불한 돈은 채 1달러가 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의 가솔린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덕분인데, 그 짜릿함을 글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본질적으로 보면 베네수엘라 정부가 시민들이 운전을 하는 비용을 대신 내주고 있는 것인데, 베네수엘라인들은 이렇게 늘 저렴하게 주유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고 실제로 수십년간 그렇게 해왔다.
임대한 내 아파트의 월세도 또다른 이상현상이었다. 나는 집주인에게 볼리바르로 월세를 지불했는데, 볼리바르의 가치가 달러 대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자연히 내 월세도 매달 점점 더 저렴해졌다. 집주인은 계약을 바꾸기 위해 나에게 끊임없이 재협상을 시도했지만 나는 원 계약을 고수했고, 덕분에 내가 베네수엘라 주재하는 5년간 월세는 계속 떨어져 꽤 쏠쏠하게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은행에서도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 2005년 베네수엘라 현지 은행들은 시민들에게 성형 수술에 필요한 돈을 대출해주기 시작했다. 소액 예금 및 대출 업무를 맡고 있던 한 직원은 "이런 일은 업무에서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루는 한 저소득층 주민이 그녀의 사무실에 찾아와 "올해 15살이 되는 딸에게 가슴 보형물 수술을 해주고 싶다"며 대출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직원은 "10대 소녀들의 성형 수술을 위해 대출을 해주는 일이 종종 있지만, 15세 소녀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고 말했다. 그 직원은 결국 최소 18세 이상인 소녀의 성형수술에만 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어린 소녀에게 가슴 보형물을 시술하는 관습과는 별개로, 이런 새 규칙은 성형수술을 위해 빚을 내려 애쓰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성향과 충돌하는 것이었다.
똑같이 상환 능력이 의문스러운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있게 열성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들은 내 눈엔 위험해보였다. 하지만 2000~2009년 사이 고유가로 인한 경제 호황이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런 종류의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졌다.
임시방편으로 지은 판자집이 가득한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거주지역을 방문했을 때, 나는 판자집 위를 덮은 뜨거운 주석 지붕에 케이블TV 방송국 '다이렉TV(DirectTV)'의 안테나가 잔뜩 달려있는 풍경을 마주쳤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빈민층들이 케이블 TV 시청에 돈을 내고 있다 것은 내눈엔 경제적 우선순위를 이상한 곳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TV, 에어컨, 명품 의류와 같은 소비재에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돈을 소비했고, 저축은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결코 저축을 하지 않고 대신 계속해서 빚을 내 지출을 하기 바쁘다. 이자율이 얼마건 간에 베네수엘라인들은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가능한 많은 돈을 대출하는 데 열을 올렸다. 수십년에 걸친 경험을 통해 "석유로 인한 부는 예측하기 어렵고, 언제든 돈이 무가치해질 수 있다"는 걸 체감하면서 베네수엘라인들은 "은행에 저축을 하는 것은 돈을 잃는 가장 손쉬운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석유로 벌어들이는 돈이 오락가락한 것은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기호, 소비 습관은 물론 여러 세대의 정치적 신념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그 경험을 통해 "당장 언제 접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성형, 자동차, 사치재와 같은 것들을 가능하면 바로 구입하라"는 교훈을 얻었다. 역사에서 기이한 경제적 사건을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거나 전쟁 상태에 빠졌을 때 벌어진 현상들이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수십년간 평화가 지속됐음에도 무언가가 베네수엘라 경제를 뒤죽반죽으로 만들었다. 그 결국 경제적 이상 현상이 여기서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베네수엘라는 매일 일상적으로 기이한 경제적 판단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5년간 베네수엘라에서 지낸 뒤 베네수엘라를 떠나게 됐을 때 나 역시도 이런 비현실적인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삶의 방식에 위험할 정도로 익숙해졌음을 깨달았다. 만약 더 오래 베네수엘라에 머물렀다면, 나는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통상 베네수엘라에 머무는 외국인과 외교관들은 그들이 모국에서 아주 좋은 집을 살 정도로 돈을 모을 수 있다. 그러니 굳이 떠날 이유가 있겠는가?
베네수엘라인들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이 자유롭게 흘러드는 세계에 점점 익숙해졌다. 달러로 돈을 버는 베네수엘라인들은 볼리바르의 가치가 더 줄어들길 원한다. 그럴수록 자신이 더 부유해지기 때문이다. 볼리바르 가치가 떨어질수록 자신이 가진 중고차의 가격이 점점 더 오를 거라고 믿고, 차를 주유할 때 아무런 돈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부정적 결과에 대한 고민 없이 빚을 내 마구마구 소비를 한다.
그러니 기업가들은 베네수엘라 소비자들의 멈추지 않는 수요를 적절히 만족시키면 빠르게 부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은 기업 혁신이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지 않고 가능한 적게 일하면서도 가장 높은 대가를 받는데 치중한다. 아르헨타나와 브라질에서 최상급 소고기를 수입하면 되는데 굳이 애써서 소를 키울 이유가 있나? 미국에서 최신 유행 의류들을 수입할 수 있는 데 왜 굳이 의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나? 실제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기업가 정신을 '외국에서 상품을 수입해 높은 마진을 붙여 국내에 되파는 것'이라고 여긴다.
베네수엘라인들은 자신들이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으며, 따라서 석유를 통제하고 민간 경제에 손쉽게 돈을 흘러보내는 지도자들을 기대한다. 그래서 경제적 기적을 약속하고 가능한 많은 돈을 뿌려줄 정치인을 대표로 선출한다.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인민의 돈"이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석유로부터 과도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은 정치인들의 재정지출 상 우선순위도 왜곡시킨다. 차베스의 지시 하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단 한번도 전쟁을 해본 적이 없는 군대를 위해 전투기와 헬기, 첨단 군사 기술을 도입하느라 수십억달러를 낭비했다. 정치인들은 엄청난 돈을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쏟아부었지만, 정작 베네수엘라의 부를 가져다주는 원천인 석유를 충분히 시추하는 데 필요한 투자는 하지 않았다.
민간보다 정부가 더 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믿었던 차베스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수십개 기업들을 국유화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좀비 기업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기업들은 여전히 운영되고 수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겉보기엔 마치 잘 돌아가는 기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생산력은 사실상 거의 없고,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금으로 근근히 생존하는 게 실정이다.
보통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처럼 여기 정치인들은 권력을 쥐고 있는 한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펑펑 써댄다. 유가가 결국엔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가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면, 베네수엘라는 딱히 대처할 수단도 없고 국민들은 이에 대처할 저축도 없는 상태로 빠져든다.
나는 여기 머무는 동안 차베스와 그를 추종하는 좌파들의 개혁이 앞서 석유를 이용해 베네수엘라를 빠르게 근대적이고 힘있는 군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해놓고 결국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다른 지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21세기 들어 조금 더 나은 부분이 있다면, 베네수엘라가 그들 스스로 반드시 피해야 할 사례로서 천연자원이 붕푸했던 다른 국가와 지역들의 사례를 조금은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의 문제는 좌우 정치이념을 넘어선 문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매장량을 가진 이 나라는 여전히 그들이 가진 부를 적절히 운영할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내연기관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다. 앞으로 300백년 간 전 세계 원유가 모두 고갈되었을 때에도 베네수엘라는 계속 시추할 원유를 갖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현실은 곧 자만심과 석유에 대한 의존, 지출에 매몰된 소비방식, 경제적 무지가 어떻게 한 나라를 파멸시키는 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너무 많은 돈을 잘못 관리하는 것이 돈이 전혀 없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To be continued
출처: 라울 가예고스 저, 'Crude Nation, How oil riches ruined Venezu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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