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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국, 76개 도시 4억명 이동제한… 항공편 그냥 열어둔 한국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코로나19 사태 (2020년 2월~)

[코로나19] 중국, 76개 도시 4억명 이동제한… 항공편 그냥 열어둔 한국

WBDJOON 2020. 2. 8. 08:51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70여 개를 사실상 봉쇄하는 초강수를 뒀다. 7일 관영 중국망(中國網)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미 봉쇄령이 내려진 우한(武漢) 등 후베이(湖北)성 지역을 포함해 12개 성(省), 76개 도시(2급 행정구역 이상)에 대해 봉쇄 수준의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로 중국 14억명 인구 가운데 30%에 달하는 4억여명이 이동에 제한을 받게 됐다. 터미널과 역을 폐쇄하고 도시 출입을 막거나 14일간 자가격리, 외출 금지령 등 사실상 이동 통제 조치를 내놓은 곳이 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3일 우한시를 시작으로 후베이성 내 13개 시의 공항과 기차역을 폐쇄 조치했다.

 중국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도시 봉쇄까지 강행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이 지역들에 대한 입국도 제한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항공사는 중국이 봉쇄 조치한 지역 노선을 여전히 운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한 코로나 발병을 공식 발표한 작년 12월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해당 지역과 국내를 오간 사람만 28만명이 넘는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민간에서 수차례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제한 등 강도 높은 대처를 요청했지만 정부의 대처는 늦어도 너무 늦다"며 "정부가 전문가 말에 귀를 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우한 코로나 확진자는 3만명을 넘어섰다. 7일 중국 당국에 따르면 중국 내 우한 코로나 확진 환자는 3만1261명으로 전날보다 3132명 늘었다. 사망자도 73명 늘어 637명을 기록했다. 사망자 증가 폭은 또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번 봉쇄 조치는 중국 정부가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행정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 76개 도시 이동제한이라는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확진자 24명인데도 시(市) 전체에 외출금지령을 내린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는 지난 1일 '한 가정에서 이틀에 1명, 식료품 구매를 위해서만 외출을 허용한다' 등의 폐쇄 관리 조치를 발표됐다. 랴오닝(遼寧)성 등 다른 성에선 후베이성처럼 터미널과 역을 폐쇄하고 도시 출입을 막거나 외출금지령을 내리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놓고 있다. 1100만명이 사는 허베이성 성도 스자좡(石家莊)시는 감염 확진자가 24명에 불과한데도 도시 전체에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우리나라와 전체 감염자(24명) 수가 같은데 시 전체가 극단적인 방역 조치를 내린 것이다.

 원저우시 관할 소도시 웨칭(樂淸)시는 지난 4일부터 도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이 조치로 고속열차 등 모든 기차는 웨칭역에서 승객을 내리거나 태우지 않는다. 웨칭시에서 바깥으로 연결되는 도로도 전면 통제했다.

 인구 4400만명의 랴오닝(遼寧)성은 '우한 코로나 방지 30개 조항'을 운영 중이다. 랴오닝 당국은 성내 모든 구(區)를 봉쇄에 준하는 형태로 관리한다. 구별로 출입할 때마다 체온을 측정하고, 차량 운전자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한다. 외부 지역 방문객은 의무적으로 14일간 자택 격리 조치하고 있다. 인구 805만명인 허난(河南)성 주마뎬(駐馬店)시에서는 5일마다 한 번씩만 가족 가운데 한 명이 나가 생필품을 살 수 있다.

 장쑤(江蘇)성 난징시,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시는 아파트 단지에 대해 '봉쇄에 준하는 관리'를 하고 있다. 아파트 출입로를 하나만 남기고 드나드는 사람은 모두 체온을 측정한다. 저장성 항저우시 빈장(濱江)구에서는 2명 이상이 주택가 공공장소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다. 시내에는 '밖에서 모이거나 함께 마작을 하는 행위는 목숨을 건 부끄러운 행위'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늦어도 너무 늦은 정부 대응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 대처는 "늦어도 한참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항공협회 항공포털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우한 코로나 발병을 공식 발표한 작년 12월 31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봉쇄령이 내려진 12개 성 지역에서 우리나라를 오간 항공편 수는 1970편에 달한다. 이를 이용한 승객은 최소 28만명에 달한다. 이는 국적 항공사 운항 노선 기준으로, 외항사를 이용한 인원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국내 항공사들은 우한 코로나 영향으로 자체적으로 중국 운항 노선을 줄이고 있다. 국내 항공사 8곳의 중국 노선 운항률은 31%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제한이나 항공편 운항 중단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항공편 중단 조치를 하려면 외교부 결정이 필요한데, 아직 아무 얘기가 없다"며 "중국이 봉쇄 조치를 내린 지역에 대해 항공편 운항 제한 조치를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과 정부는 입국 제한이나 항공편 운항 중단 등 조치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지난 4일부터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입국절차'로 충분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중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용 검역대를 설치해 일일이 발열 증상을 확인하고, 국내 연락처를 확인하는 조치다. 한 검역 전문가는 "우한 코로나 초기부터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제한을 했어야 했는데 이미 많이 늦었다"며 "지금은 발병자가 늘고 있는 동남아 지역 입국에 대한 대책을 시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확대는 본부 내부적인 검토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민간 감염병 전문가는 "하루하루가 긴박한데 이 정부 고위층은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