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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새 벌써 세 번…대정전에 신음하는 베네수엘라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Venezuela(베네수엘라 뉴스)

두 달새 벌써 세 번…대정전에 신음하는 베네수엘라

WBDJOON 2019. 4. 15. 13:56

연이은 대정전을 겪은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9일 또다시 전국적인 규모의 대정전이 발생했다.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23개 주 중 20개 주에서 발생한 정전이 13일(현지 시각) 현재까지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서부 지역은 여전히 밤이면 암흑에 빠져든다. 


대정전으로 수도가 끊기면서 약 2000만명(전체 국민의 66%)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 카라카스 인근 아빌라산(山) 일대 계곡에는 물을 구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현지 의사들은 "오염된 물이나 흙탕물을 그대로 마신 사람이 늘어 설사나 장티푸스, 간염에 걸리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중세 시대도 아닌데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정전이 장기간 반복되는 건 미스터리에 가깝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 전문가들은 "우고 차베스 전 정권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국유화 정책과 부정부패가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력 기업을 국유화해 측근을 요직에 앉히고, 이를 부패 행각에 이용한 관행이 대정전을 일으키고 복구 작업까지 늦추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 베네수엘라 전력 산업은 민영 전력 기업을 앞세워 콜롬비아와 브라질에 전력을 수출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 그런데 2007년 차베스가 "서민에게 무상으로 전기를 제공하겠다"며 전력 기업 국유화를 선언했다. 강제적으로 민영 기업과 군소 국영 기업 여럿을 통합해 국영 '코르포일렉(Corpoelec)'을 설립하고 측근과 군부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전문 인력들은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후 코르포일렉은 부정부패의 창구가 됐다. 당시 베네수엘라 전력 업계에서 일했던 일부 전문가가 WSJ에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차베스 정부는 전력난 해소를 명분으로 수력발전소 증설 사업에 수백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사업들 대부분은 잘게 나뉘어 차베스 측근들이 운영하는 민간 기업에 비공개 입찰로 배정됐다. 이렇게 민간 기업에 지급된 예산 수백만달러 중 상당액이 뇌물과 리베이트로 차베스 정권에 다시 흘러들어 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야권은 차베스·마두로 정권이 이런 식으로 운영한 전력 관련 예산이 총 1200억달러(약 13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예산이 부정하게 새어나가면서 발전소를 늘리고 노후 장비를 교체하는 사업은 부실해졌다. 낡은 장비·시설이 고장 나도 그대로 방치됐다. 미국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에너지 전문가 호세 아귈라르는 "그나마 교체·증설된 장비도 모두 표준 미달 제품이었다"며 "겉으로는 새 장비처럼 보였지만 폐기물과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코르포일렉에서 근무했던 2명의 엔지니어는 "3년 전부터 송전시설 주변을 정비하는 사업까지 중단됐고, 그 탓에 덤불로 뒤덮인 송전시설을 점검조차 할 수 없었다"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