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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총격 테러 악용하는 에르도안, 갈리폴리 전투까지 선동에 이용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뉴질랜드 총격 테러 악용하는 에르도안, 갈리폴리 전투까지 선동에 이용

WBDJOON 2019. 3. 21. 14:13

반이민·무슬림 혐오주의자가 벌인 뉴질랜드 총격 테러가 호주·터키 간 외교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분쟁의 직접적인 발단은 “호주·뉴질랜드의 반(反) 이슬람 주의자들을 갈리폴리 전투 때처럼 관(棺)에 넣어버리겠다”고 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발언이다. 


갈리폴리 전투는 1차 세계대전이 이어지던 1915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터키의 전신(前身)인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던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하려다 대패한 전투다. 연합군 40만명 중 25만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사망자 대부분이 영국군의 지휘로 상륙작전에 참가한 호주·뉴질랜드 군인들이다. 이에 갈리폴리 전투는 호주·뉴질랜드 국민에게 치욕과 아픔의 역사로 남아있다. 


이달 말 지방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은 갈리폴리 전투를 이슬람주의 선동에 활용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갈리폴리 전투가 벌어졌던 터키 차낙칼레시(市)를 방문한 에르도안은 유세장에서 “호주·뉴질랜드가 갈리폴리 전투에 군대를 보낸 건 그들이 반 이슬람 정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반 이슬람 주의를 가진 호주·뉴질랜드 사람들이 터키에 오면, 그들은 갈리폴리 전투처럼 모두 관에 실려 고국에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에르도안은 이날 수천 명의 지지자들에게 뉴질랜드 총격 테러 범인이 SNS에 올린 테러 영상을 틀어주고 “호주·뉴질랜드에 이렇게 무슬림에 대한 증오와 편견이 퍼지고 있다”고도 했다. 에르도안은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지난 주말부터 선거 유세마다 테러 영상을 지지자들에게 틀어놓고 이슬람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경제 실정과 독재로 야당과 국민의 비판에 직면한 에르도안이 뉴질랜드 총격 테러를 선거에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이 굳이 갈리폴리 전투를 언급한 건 뉴질랜드 총격 테러범이 범행에 사용한 반자동소총 탄창에 새긴 '빈 1683(Vienna 1683·사진)'이라는 문구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는 테러범이 오스만 제국이 유럽 국가들에 대패하고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1683년 '제2차 빈 포위전(戰)'을 제시해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에르도안이 오스만제국이 서구 열강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갈리폴리 전투를 언급해 극적인 대조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에르도안의 발언에 호주는 강하게 반발했다. 20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주 민감한 시기에 몹시 무례하고, 무분별한 말을 했다”며 문제가 된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호주 주재 터키 대사를 초치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발언을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정부는 1973년부터 매년 4월 25일 갈리폴리 전투 희생자들을 터키·호주·뉴질랜드 국민 수천여명이 모여 추모하는 '앤잭 데이(ANZAC day·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 day)' 행사를 올해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2019년 3월 21일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1/20190321002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