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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부국 베네수엘라, 왜 수력 올인해 대정전 자초했나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Venezuela(베네수엘라 뉴스)

석유부국 베네수엘라, 왜 수력 올인해 대정전 자초했나

WBDJOON 2019. 3. 12. 04:19

베네수엘라 대정전 사태가 11일(현지 시각) 5일째 접어들었지만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정전이 발생한 24개 주 중 16개 주는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나머지 8개 주에서도 부분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 카라카스도 부분적으로 전기가 들어왔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밤이 되면 암흑천지라고 외신은 전했다.


서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도시 지역은 전기 모터가 작동하지 않아 수도가 끊긴 지 오래고, 변기가 작동하지 않아 공중 화장실조차 쓸 수 없는 상태다. 주유소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정전 때문에 주유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석유의 나라에서 차에 기름을 넣지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번 대정전 사태로 민간에서만 최소 4억달러(약 454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대미문의 대정전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베네수엘라 전력의 66%를 감당하는 수력 발전소 '엘 구리'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동부 볼리바르주 카로니강 상류에 위치한 엘 구리 발전소는 몇 번의 증축을 거쳐 높이 162m, 길이 7426m, 발전용량이 1만23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초대형 수력발전소다. 발전소 댐으로 조성된 저수지가 전 세계 인공 저수지 중 11번째로 크다. 한때는 여기서 생산하는 전기가 남아돌아 이웃 나라 브라질과 콜롬비아에 수출했을 정도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가 왜 화력발전 대신 수력발전에 집중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석유 수출에 '올인(All-in)'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1960년대부터 엘 구리 수력발전소를 짓고 화력발전을 줄이는 정책을 폈다. 석유를 최대한 수출하기 위해서였다. 좌파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남아도는 석유를 국민에게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 남미의 다른 좌파 정권에도 석유를 무상으로 원조하며 반미 전선 구축에 활용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9년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저수 용량이 급격히 떨어져 전력 생산량도 급감했다. 정전이 잦아지고 곳곳에서 전력난이 발생하자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력 생산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차베스 정권은 근본 대책 대신 '하루 2시간 단전(斷電)'과 같은 임시방편으로 사태를 무마했다.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집권 때인 2016년에도 가뭄으로 똑같은 문제가 일어났지만, 역시 '하루 4시간 단전' 조치를 40여일간 지속하며 문제 해결을 외면했다.


베네수엘라 전문가 지안카를로 피오렐라는 "이번 대정전 사태는 전문가 대신 측근을 요직에 앉히고,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유지·보수와 재투자를 소홀히 하는 마두로 정권의 복합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석유·의료 산업이 무너진 방식도 대정전이 일어난 방식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은 여전히 사태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10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마두로는 "정전 발생 직후 전력의 70%를 복구했는데, 미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복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했다.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난에다 대정전 사태까지 겹치자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과이도 국회의장은 "국제 원조를 받기 위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국회에 요청할 것"이라며 "임시 대통령 자격으로 적절한 시기에 베네수엘라 헌법 187조를 발동할 수 있다"고도 했다. 187조는 '국회가 외국군이 국내에 들어와 임무 수행을 하도록 승인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군의 군사 개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출처 : 2019년 3월 12일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2/20190312002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