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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에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 설립...양대노총, 제1 노총 경쟁 불 붙었다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정책부(2020년 1월 ~)

삼성화재에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 설립...양대노총, 제1 노총 경쟁 불 붙었다

WBDJOON 2020. 2. 4. 16:07

“우리에게 ‘노조’라는 두 글자는 입에서 꺼내기조차 두려운 단어였고 사내 금기어였습니다.”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는 68년간 무노조였던 한 기업의 노조 출범식이 열렸다. 바로 국내 손보 업계 1위인 삼성화재 노조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 초대위원장은 이날 출범식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으로 과반수 노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50여명인 노조원 수를 연내에 25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노조 출범식이 삼성화재 본사가 아닌 한노총 본부에서 열린 점이다. 한노총 측은 "한노총과 삼성 노동자 간 연대를 통한 성과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보험업계인 삼성화재 노조가 한노총 금융노조가 아닌 공공연맹에 가입한 것이 의아하다”는 말도 나왔다. 한노총 측은 “금융노조는 1금융권인 은행들이 많아 보험업계 노조가 가입하기 모호한 면이 있었다”며 “삼성화재 자회사인 애니카손해사정의 노조가 공공연맹에 가입되어 있어 삼성화재 노조도 자연스레 공공연맹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노총이 민노총식 조직확대 전략을 벤치마킹한 결과”라는 말이 나왔다. 개별 노조를 유치할 수 있으면 어떤 산별노조든 적극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계 인사는 “2017~2018년 민노총 산하 화학섬유노조가 화학섬유업계와 무관한 네이버 등 IT 업계의 개별 노조들을 다수 포섭한 것과 비슷하다”며 “한노총이 민노총과 비슷하게 조직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1노총 자리 놓고 경쟁 붙은 양대노총
양대 노총은 정규직 전환 근로자가 대폭 늘고 있는 공공부문을 비롯해 최근에는 ‘무노조’ 원칙이 무너진 삼성에서도 조직 확대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민노총이 한노총을 제치고 제1 노총 자리를 차지하면서 양측의 조직 확대 경쟁이 불이 붙은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2019년 기준으로는 민노총의 조합원 수가 더 늘어나 한노총과의 격차가 더 커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가는 “지난해 제1 노총 자리를 민노총에 내준 한노총의 위기감이 크다. 내년까지 1노총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결연하다”며 “조합원 수를 늘리려는 한노총이 삼성 근로자들에게 적극 손을 내미는 가운데 과거부터 삼성 내 노조 설립을 밀어붙인 민노총도 맞대응에 나서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노총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 삼성화재 노조 설립에 개별 산별노조의 지원뿐 아니라 한노총 중앙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조직 확대 경쟁으로 삼성화재를 비롯해 올해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1938년 창립 이후 80년 이상 ‘무노조 원칙’을 고수했으나 2010년대부터 민노총 산하 노조가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졌다. 2011년 삼성물산(구 에버랜드)에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출범한 데 이어 2013년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삼성 SDI 등에 노조가 들어섰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더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에 한노총 공공연맹 산하 노조가 출범한 데 이어 12월 삼성전자, 삼성물산 전·현직 임원들이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 차원에서 대국민 사과문이 발표되고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노조를 원하는 삼성 근로자들의 움직임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노조 설립 나서


앙대 노총은 최근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나선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과 물밑 접촉하며 상급단체 가입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일부 직원들은 지난달 29일 한노총 공식 홈페이지에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 문의’라는 게시글을 올린 데 이어 노조 설립 관련 SNS 전체대화방을 개설했다. 게시글에는 180여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고 전체 대화방에는 1000여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에 한노총은 변호사와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노조 설립 법률지원단을 꾸렸고, 민노총은 ‘미조직전략조직실’이 나서 노조 설립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노동계 인사는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총이 노조 설립과 상급단체 가입 유치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노조 조직 확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삼성 계열사 노조를 유치할 경우 홍보 효과도 크고 잠재적으로 조합비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의 경쟁은 삼성뿐 아니라 공공부문과 플랫폼·비정규직 노동자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 노총 모두 올해 주력 사업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확대 및 무기계약직 근로자 처우개선’과 ‘플랫폼·비정규직 노동자 조직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민노총은 올해 5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관철시켜 노조 설립을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한노총도 이에 맞서 노조 설립에 적극적이다. 김동명 신임 위원장은 올해 중앙 행정 예산까지 줄여 조직 활동가 50인을 신규 채용해 전국에 파견할 방침이다. 한노총 관계자는 "가칭 '미래노동위원회'가 설립되어 활동가 채용 및 활동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1노총 자리를 노리는 한노총이 공격적인 조직 확대에 나서면서 노조 가입자가 늘고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충돌하는 노노 갈등도 잦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