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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부터 혼란스런 '김용균법'...민노총은 정규직화 요구하고 기업은 책임 범위 놓고 혼란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정책부(2020년 1월 ~)

시행부터 혼란스런 '김용균법'...민노총은 정규직화 요구하고 기업은 책임 범위 놓고 혼란

WBDJOON 2020. 1. 19. 16:58

국내 2위 철강 기업 현대제철의 전남 순천 공장은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으로 비상이 걸렸다. 위험 업무의 외주(外注)를 금지하는 김용균법이 시행되면 그간 협력업체 직원 24명이 맡았던 아연도금 작업을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한 직원들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10억원 이하 과징금을 물게 된다.

현대제철은 협력업체 직원 24명이 맡았던 아연 관련 업무를 운반과 도금 작업으로 구분해 위험이 없는 아연 운반은 기존처럼 협력업체에 맡기고, 도금은 별정직 근로자 12명을 직접 고용해 맡기기로 했다. 작업 공간을 나누고 위험 업무인 도금만 직접 고용한 근로자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에 대해 민주노총 소속인 협력업체 노조는 "2인1조로 하던 작업인 만큼 운반과 도금 업무를 분리하지 말고 전원 현대제철 정규직으로 채용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제철은 "12명을 추가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채용 원칙에 관한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운반 업무와 도금 업무를 나누는 건 김용균법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협력업체 직원들이 별정직 채용에 응시하지 않아 현대제철은 퇴직 직원을 촉탁직으로 직고용해 도금 업무에 임시로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제철은 "도금과 운반 업무는 개정법에 맞춰 분리한 것이며, 별정직 채용을 거부하고 정규직 전환만 요구하는 건 기존 정규직 근로자와의 형평, 채용의 공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채용될 별정직 근로자는 회사 규정에 따라 정년이 보장되는데도 신규 채용에 응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정규직 전환만 요구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정된 산안법 시행 전후로 현장을 직접 살펴봐야 도금업무의 외주 금지에 관한 위법·적법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지난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최근에는 상경 시위까지 벌이며 현대제철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개정 산안법(김용균법) 시행을 앞두고 현대제철의 도급 금지 무력화에 대해 편법과 불법을 또다시 묵인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특단의 감독과 지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개정법에 맞춰 대응했을 뿐인데 자꾸 논란이 벌어지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회사 사정도 좋지 않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원가 인상과 중국의 경기 하강, 건설 수요 하락 등으로 실적이 전년 대비 70%가량 급락했고 주가도 1년 새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노동계는 '김용균법'이 여전히 기업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며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김용균재단은  김용균법 시행 첫날인 16일 성명을 내고 "오늘부터 시행인 김용균법이 김씨 죽음의 근본원인이었던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 재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낸 원청사용자에 대해 형사처벌 하한선을 정하는 내용이 경영계의 반대로 빠진 것이 문제고, 승강장 정비나 발전소 시설관리·유지 및 정비, 방사선 업무 등 위험작업 등이 도급금지 업무에 포함돼 정규직화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도급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업무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일부 작업으로만 한정돼 사실상 위험 업무를 정규직화하지 않고 외주화할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산재 예방에 힘쓰자는 산안법 개정의 큰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개정법과 시행규칙 등 여러 부분이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호소한다. 앞으로 금지될 위험 업무의 사내도급을 예외적으로 정부에 일시 승인받은 기업도 향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할 때 이번 일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총 관계자는 "개정된 산안법과 시행 지침이 원청의 책임과 처벌을 대폭 강화했는데, 정작 원청기업이 어디까지 안전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분명한 게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