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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마두로, 일만 터지면 쿠바에 전화해 도움 요청"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Venezuela(베네수엘라 뉴스)

"베네수엘라 마두로, 일만 터지면 쿠바에 전화해 도움 요청"

WBDJOON 2019. 7. 10. 09:45

베네수엘라에 최악의 경제·정치적 혼란을 초래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사실상 쿠바 공산당 정권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최측근이 증언이 나왔다. 마두로가 국내외 현안을 처리할 때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듣거나 도움을 청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두로 정권은 쿠바 공산당 정권의 꼭두각시”라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분석과도 일맥 상통한다.  

 


폭로의 주인공은 지난 4월 30일 베네수엘라 야권이 일으킨 쿠데타에 가담했던 크리스토퍼 피게라 전 베네수엘라 비밀경찰국(SEBIN) 국장이다. 피게라 전 국장은 한 때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장관,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장과 함께 위기에 봉착한 마두로 정권을 보위하는 핵심 인사로 분류됐다.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콜롬비아로 도피해 은신했던 그는 2019년 6월 24일(현지 시각) 미국에 도착하기 전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를 갖고 마두로와 쿠바 정권의 밀착 관계를 털어놨다. 피게라 전 국장은 “마두로는 일이 생기면 늘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묻거나 도움을 청한다”며 “국무 회의 도중에도 카스트로의 전화가 걸려오면 마두로는 회의를 끊고 전화를 받으러 갔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정전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마두로는 장관들을 모아 비상 회의를 열고는 정작 카스트로와 한참 통화하고서 “쿠바에서 정전을 복구할 기술자를 보내준다고 했다”며 안도했다고 한다.  

피게라는 또 “마두로의 곁을 지키는 15~20명의 경호원도 모두 쿠바가 파견한 특수 요원들”이라며 “최측근인 나도 마두로와 독대를 하려면 ‘알도(Aldo)’라는 경호원에게 몸 수색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쿠바 경호원 중 3명은 마두로의 연설이 청중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는지 분석하고, 마두로에게 연설 방법까지 조언해주기 때문에 ‘심리학자’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피게라 전 국장의 폭로는 ‘쿠바가 배후에서 마두로 정권을 조종하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분석과 일치한다. 이에 관해 미 중앙정보국(CIA)은 “쿠바 정권이 베네수엘라에 파견한 수천여명의 첩보·정부 요원들이 베네수엘라 정권 핵심 인사 보안과 군부 내 반란 모의 차단, 반정부 인사 색출 등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비밀경찰로 활동한 피게라도 쿠바에서 첩보 기술 등을 배운 ‘쿠바 유학파’다.  

지난해 11월부터 베네수엘라 야권 인사와 접촉하기 시작한 피게라 전 국장은 지난 4월 초 마두로가 새 대선 실시를 거부하자 쿠데타 가담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피게라는 5월 1일로 예정됐던 쿠데타가 하루 빨리 일어났던 이유에 대해 “마두로의 대학살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피게라는 4월 29일 “마두로의 친위 민병대 ‘콜렉티보(colectivo)’가 5월 1일에 열릴 시위의 참가자들을 마구 학살할 계획을 세웠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마두로가 쿠데타를 눈치챘다고 판단했다. 이에 “오늘(29일) 당장 쿠데타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모레노 대법원장이 30일을 고집한 탓에 30일 새벽에야 쿠데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쿠데타를 공모했던 파드리노 국방장관과 모레노 대법원장의 배신으로 거사가 실패하자 피게라는 미국에 거주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콜롬비아 쪽으로 도주했다. 피게라의 아내가 미 정부에 도움을 청했고, 트럼프 행정부와 콜롬비아 정부는 피게라가 콜롬비아에 무사히 도피할 경우 그를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이틀 뒤 피게라는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에 도착했고 이후 두 달여간 콜롬비아 정부의 보호 속에 은신 생활을 이어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쿠데타에 가담한 걸 후회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비밀경찰국장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불법적으로 감금한 것을 사죄한다”며 눈물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