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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에 속수무책… '종이호랑이' 된 지상최대 카르텔 오펙(OPEC)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유가 폭락에 속수무책… '종이호랑이' 된 지상최대 카르텔 오펙(OPEC)

WBDJOON 2018. 12. 26. 03:27


국제 유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6.7% 하락한 배럴당 42.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두 달 사이에 40% 가까이 꺾였다. 이날 브렌트유도 6.2% 내렸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지난 6일에 이어, 전날인 23일에도 거듭 감산(減産) 의지를 밝혔지만 급락세를 잠재우진 못했다. 시장에 원유 공급이 줄어들 거란 메시지를 줘 유가 하락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말발이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저유가'를 강조하며 날리는 트윗 한 줄이 국제 유가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최근엔 걸프만 아랍국 회원국인 카타르마저 탈퇴 선언을 했다. '지구 최대의 카르텔'로 불리며 한때 국제 유가를 쥐락펴락하던 OPEC이 이젠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다.


OPEC은 1960년 사우디·이란·이라크·베네수엘라·쿠웨이트 5개 산유국이 모여 창설했다. 당시 스탠더드오일, 엑손모빌 등 글로벌 석유 기업을 앞세워 최대 산유국으로 군림하던 미국에 맞서겠다는 구상이었다.


1970년대부터 OPEC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OPEC이 석유의 자원무기화를 선언한 1973년 제1차 오일 쇼크가 대표적이다. 유가가 3~4배 폭등해 산유국은 앉아서 떼돈을 벌었다. 세계 석유시장 패권을 OPEC이 쥐고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2000년대까지 15개 회원국으로 몸집을 불렸다.


OPEC의 석유 패권은 2000년대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산유량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OPEC의 국제 유가 지배력을 흔들었다. 결정타는 2015~2016년 미국 셰일 업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다. 셰일오일에 위기감을 느낀 OPEC은 2014년 말부터 원유를 증산해 유가를 낮추는 공세를 펼쳤다. 당시 배럴당 생산 비용이 60달러 정도던 셰일오일을 고사(枯死)시키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셰일업계는 기술 혁신으로 생산 단가를 더 낮춰 생존했고, 지금은 국제 석유 시장의 큰손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셰일오일 생산에 힘입어 미국은 올 들어 일일 원유 생산량이 1090만 배럴을 넘어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로 올라섰다.


제이슨 보르도프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셰일업계의 성공은 OPEC의 의사결정을 혼란에 빠트렸다"고 말했다. OPEC이 유가를 올리려 감산하면 미국 셰일업계가 증산으로 맞서 무산시키기 때문이다. 닉 부틀러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OPEC은 더 이상 힘 있는 중개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타르 탈퇴를 시작으로 OPEC이 더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OPEC은 이제 실익이 없다'는 공감대가 회원국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 에너지 분야 수석 이사인 마이클 코언은 "OPEC 탈퇴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이라크가 눈에 띈다"고 전망했다.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와의 내전으로 국가 인프라가 붕괴한 이라크는 1000억달러(약 112조원)의 내전 복구 비용을 위해 석유 증산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좋지 않은 이란과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도 OPEC을 탈퇴하고 원유 생산을 늘리는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


내부의 자중지란 양상은 이미 지난 6일부터 이틀간 감산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OPEC 회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회의 사흘 전 카타르는 탈퇴를 전격 선언했고,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을 겪는 이란은 "감산 결정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비아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는 경제난을 호소하며 감산 예외를 요구했다.


분열을 다잡아야 할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흔들리고 있다. 미 상원은 지난 14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책임이 있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우디가 맹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미 중앙정보부(CIA) 출신 에너지 전문가 헬리마 크로프트는 "미국 원유 생산이 급증하면서 워싱턴 정가가 사우디와의 동맹이나 OPEC과의 협력의 필요성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8년 12월 26일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6/20181226001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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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관련 첨언들>
1. 휴가 중에 미리 써둔 기사가 나가면서 아쉽게 편집된 부분이 있다. 일단 오펙을 종이 호랑이라고 부르는 건 과장이다. 조만간 종이 호랑이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오펙이 차지하는 위상을 너무 간과해서도 안된다.
미국이 현재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지만, 세계 2위 원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단기간에 자국 셰일을 내수용으로 모두 공급하기 어렵다. 여전히 미국은 사우디와 오펙과의 협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2. 요 며칠 사이에는 오펙 개혁론도 부상하고 있다. 현재 오펙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오펙과 함께 석유 생산량 조정 회의에 참석하는 러시아 및 비오펙 산유국 10개국을 오펙에 대거 끌어들이는 구상이다. 이 경우 사우디는 러시아에 많은 권한을 넘겨줘야 할 거고, 미국이 이런 움직임을 몹시 경계할 것이다. 사우디가 오펙을 두고 러시아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다면, 아마 기사에서 언급된 노펙 법안이 실제 법안이 될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 오펙의 중심 축은 사우디와 쿠웨이트, UAE다. 오펙이 흔들리는 또다른 이유는 최근 사우디와 쿠웨이트 간 사이가 그닥 좋지 않기 때문. 사우디, 특히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대 카타르 봉쇄를 주도하고 있는데, 쿠웨이트가 봉쇄에 적극 협조하지 않고 카타르와 사우디를 중재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빈실만은 이런 쿠웨이트의 소극적인 모습에 화가 나 당초 며칠을 묵기로 했던 쿠웨이트 방문을 하루 만에 끝나고 사우디로 돌아가버렸다.

카타르가 오펙을 탈퇴한 건 이렇게 흔들리는 사우디발 봉쇄 라인을 내부적으로 더 흔들려는 의도 + 기사에 나온대로 오펙이 더 이상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결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4. 늘 석유 얘기를 하면 눈길이 가는 건 베네수엘라.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현재 베네수엘라 일일 원유 생산량은 공식적으로 170만 배럴이다. 실제로는 120만 배럴 수준이라는 관측도 있다. 석유가 있으면 무얼하나, 뽑아서 팔지를 못하는데.

5. 확실한 건 미국발 셰일혁명이 국제 석유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고, 그 여파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