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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분당제생병원서 9명 병원 내 집단 감염...안심병원도 안심 못한다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코로나19 사태 (2020년 2월~)

(코로나19)분당제생병원서 9명 병원 내 집단 감염...안심병원도 안심 못한다

WBDJOON 2020. 3. 7. 08:53

 

 ‘안심병원’도 안심하고 갈 수 없는 걸까. 지난달 27일 ‘국민안심병원(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입원 환자와 의료진을 포함 총 9명 규모의 병원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안심병원이란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호흡기 질환 진료 구역과 비호흡기 질환 진료 구역이 구분된 병원을 뜻한다. 

 성남시는 “분당제생병원에서 환자 3명,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1명, 환자 가족 1명 등 총 9명이 우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병원 내 집단 감염은 지난달 25일부터 이 병원에서 치료·입원했던 암환자 A(남·76)씨, 혹은 지난 1일부터 이 병원에 입원한 또 다른 암환자 B(여·77)씨에게서 시작된 걸로 추정된다.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서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7일 울산대병원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지 하루 만에 응급실 의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병원 내 감염은 없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심병원 시스템으로는 무증상 감염 환자를 걸러낼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우한 코로나가 지역사회 곳곳에 빠르게 퍼지고 있어 병원 내 감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면 폐쇄된 분당제생병원은 하루 외래 환자는 5000여명, 입원 병상은 576개가 있는 경기 성남시 소재 대형 종합병원이다. 4대 암 치료에도 명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안심병원 체계는 병원 내 집단 감염을 막지 못했다. 분당제생병원 내 감염의 최초 전파자로 추정되는 두 입원 환자도 응급실을 통해 병원을 찾았다.  안심병원은 외래 환자 중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분할 뿐, 응급실에는 따로 적용되지 않는다. 

◇무증상 환자서 시작된 병원 내 감염에 초비상

 분당제생병원 확진자 중 환자 A(남·74)씨와 B(여·77)씨 모두 폐암 말기 환자로, 최근 제생병원에 입원해 항암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지난달 25~28일, B씨는 지난달 21~28일에 항암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두 사람은 지난 1일 다시 제생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A씨는 심한 딸꾹질 증세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고, B씨는 항암 치료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무기력증으로 다시 입원했다.

 이후 B씨는 폐렴 증상을 보이다 증세가 호전됐지만, 이상하게 미열이 계속됐다. 결국 의료진이 진단 검사를 한 결과 지난 5일 확진 판정이 나왔다. A씨는 지난 3일 폐렴 증상으로 다시 음압 격리 병실로 입원해 진단 검사를 받은 결과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B씨의 접촉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B씨가 A씨와 응급실에서 동선이 겹쳤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간호사 2명과 간호조무사 3명, B씨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C씨, C씨를 간호하던 가족 1명 등 총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A, B씨 두 사람 모두 처음 병원에 왔을 때 호흡기 증상이나 미열이 없었다”며 “두 사람 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우한 코로나에 감염된 뒤 증상이 뒤늦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지난달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에, 병원 내 감염이 이미 시작되어 꽤 진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현재 의료진 포함 전 직원 1400여명과 병원 내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벌이고 있다.

 전날 분당제생병원을 방문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현재 우한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측은 “이 지사가 콧물도 나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진단 검사를 받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결국 진단 검사를 받았고 7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안심병원’으론 병원 내 감염 차단 못 해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분당제생병원에서 대규모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자 의료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한 코로나는 마치 스텔스기처럼 증상이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면서 “특히 전파력은 아주 강하기 때문에 안심병원 시스템으로 이들을 완벽히 잡아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 병원 폐쇄·재개 기준을 바꾸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앞으로 은평성모병원이나 분당제생병원처럼 부지불식간에 병원 내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 존재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메르스 때와 같은 기준으로 병원을 폐쇄·재개하면 의료 공백이 장기화돼 우한 코로나 환자는 물론 응급 환자, 일반 중증 환자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당제생병원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병원·요양원 내 집단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대구 신경과 전문 병원인 문성병원은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 10명이 무더기로 발생해 결국 이날 10층 규모 병원의 8, 9층이 코호트(병원과 의료진을 함께 폐쇄) 격리됐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현재 대구 상황이 워낙 어렵다 보니 보건소가 확진자 발생 초기에 감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북 경산 행복요양원에서는 이날 확진자가 7명이 추가돼 총 8명이 됐다. 이렇게 병원, 요양원 등 의료 취약 계층이 집중된 곳에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방역 당국은 “이달 내로 전국 16개 국립대병원에 중증 환자 전용 병상 250개를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