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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땅' 서아프리카, 왜 '테러의 땅' 됐나 본문

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황금의 땅' 서아프리카, 왜 '테러의 땅' 됐나

WBDJOON 2019. 5. 19. 13:40

한국인 장모씨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인질로 잡혔다가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된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또 연이틀 테러가 발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 시각) 수도 와가두구에서 성모 마리아 조각상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던 가톨릭 신자들이 총을 든 괴한의 습격을 받아 4명이 살해됐다. 전날 북부 다블로시의 한 성당에도 무장 괴한들이 습격해 6명이 사망했는데, 또다시 가톨릭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부르키나파소와 인접한 니제르에서는 15일 무장 괴한들이 니제르군을 기습해 군인 28명이 사망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배후라고 주장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부르키나파소를 비롯해 니제르·말리·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사헬지대(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서 기아와 빈곤, 정부의 무능 탓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가 급격히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아프리카 지역은 9세기 무렵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로 진출한 아랍 세력을 통해 이슬람교를 처음 접했다. 현재는 3억8000만명 인구 중 약 70%가 이슬람 신자다. 과거 서아프리카는 사헬지대 인근 초원에서 농경·목축을 하고, 매장량이 풍부한 황금을 바탕으로 북아프리카·중동과 교역을 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13~17세기에는 사헬지대와 나이저강 일대를 장악한 말리제국과 뒤를 이은 송가이제국이 '황금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부를 자랑했다. 14세기 초 말리제국의 왕 만사 무사는 1만2000여명의 수행단을 데리고 메카 순례에 나서 지나는 곳마다 황금을 나눠줬다는 일화도 있다.

15세기 중반부터 서유럽 국가들이 이 지역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유럽 국가들이 노예무역을 벌이면서 서아프리카 인구가 급감했고, 사헬지대의 사막화로 농경·목축도 쇠퇴해 경제가 기울기 시작했다. 19세기에는 프랑스·영국 등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에 놓였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하나둘 독립을 되찾았지만, 극심한 정쟁과 이로 인한 정치 불안이 이어지면서 빈곤과 기아가 만성화됐다. 특히 1970년대부터 30여년간 극심한 이상 가뭄이 이어지면서 100만명 이상이 아사(餓死)했다.

정치 불안과 빈곤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싹을 틔우는 토양이 됐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는 2014년 전후로 중동 내 세력이 줄어들자 무슬림 인구가 많은 서아프리카 사헬지대를 새로운 근거지로 삼기 위해 테러·무장 단체를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무장 단체나 테러에 가담하는 이들은 주로 빈곤과 정부의 무능, 부정부패에 분노하는 청년층이었다. 아프리카 내 미군 특수부대를 지휘하는 마크 힉스 소장은 "알 카에다와 IS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서아프리카 내에 세력 팽창을 추진했고, 지금 그들의 성공을 목격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말했다.

 


미군 내 정보기관에 따르면 현재 서아프리카 내 극단주의 무장 단체의 병력은 총 1만1000명이 넘는다. 일부 테러·무장 조직은 아예 자체 영토를 확보하고 세를 불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무장 반군 '보코하람'이 북부 지역을 사실상 통치하며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건설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말리도 '카티바 마시나'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가 북부 사막지대를 지배하며 수도 바마코 등이 있는 남부로 진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각국 정부를 전복하고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주목표지만, 테러와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인질 납치를 서슴지 않는다. 인명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테러 및 무장 단체의 공격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9300여명인데, 이 중 절반가량이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부르키나파소와 말리·니제르에서는 지난해 총 1100여명이 숨졌는데, 지난 2년간 사망자 수가 해마다 2배씩 늘었다.

서아프리카에서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서방군 내에서는 "현지 정부들이 테러 조직을 막는 데 관심이 없고, 도리어 테러 조직의 확산을 돕고 있다"는 불평도 나온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정부가 자위(自衛)를 명분으로 민간의 총기 소지와 자경단 구성을 허용해준 탓에 도리어 테러 조직들이 총기를 확보하고 세를 불리기 더 좋은 여건이 됐다고 한다. 한 서방군 관계자는 "말리와 나이지리아에선 사실상 손을 뗐고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에서 테러 조직 확산을 저지할 경계선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