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증·위중 환자 치료에 활용될 혈장 치료제를 국내 제약사인 GC녹십자가 이번 주부터 본격 생산하고 임상 시험에도 곧 들어갈 예정이라고 12일 질병관리본부가 밝혔다.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GC 녹십자와 공동으로 코로나 혈장 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혈장 치료제 생산에 필요한 혈장을 공여할 뜻을 밝힌 코로나 완치자 375명 중 171명의 혈장이 모집됐다"며 "임상 시험에 필요한 혈장이 모두 확보돼 임상용 혈장 치료제를 생산하고 임상 시험도 바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본은 혈장 치료제가 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 등이 확인되면 60세 이상 고령층 코로나 환자와 중증·위중 환자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완치자 혈액으로 혈장 치료 본격화
혈장은 혈액의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담황색 액체 성분이다. 코로나 완치자 혈장엔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들어 있다. 통상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증·위중 환자가 항생제나 항바이러스 약물로 병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최후 수단으로 완치자 혈장을 수혈하는 혈장 치료가 시행된다. 완치자의 중화항체를 환자 몸에 투입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혈장 치료제가 주목받는 건 마땅한 코로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위중 환자 2명이 혈장 치료를 받고 완치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의료진이 중증 폐렴으로 산소 치료까지 받던 60대, 70대 코로나 환자 2명에게 20대 완치자의 혈장을 투여한 결과 증상이 호전돼 완치 후 퇴원했다.
전문가들은 혈장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면 위중도와 치명률이 높은 고령층 환자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8일 기준 60대 코로나 환자 중 17.1%, 70대 중 37.7%, 80대 이상 중 58.2%가 중증도 이상이다. 국내 코로나 치명률은 2.15%지만 고령 환자 치명률은 더 높다. 12일 기준 60대 환자의 치명률은 2.3%, 70대는 9.4%, 80대 이상은 25%다.
◇혈장 치료제 대량생산은 어려워
혈장 치료는 특정 완치자 혈장을 환자의 몸에 직접 투입한다. 그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크다. 대량 투여 때 부작용을 줄이려면 완치자와 환자 혈액형이 같아야 한다. 완치자마다 혈장 속 중화항체의 양이 제각각 달라 표준적인 치료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하지만 완치자의 혈장을 모아 '치료제'로 만들면 이런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혈장 치료제는 중화항체만 추출해 같은 농도로 농축해서 만들기 때문에 성분과 약효가 표준화되고 부작용 위험도 준다. 혈액형과 무관하게 정맥 주사로 투여할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은 "혈장 치료 후 완치된 환자 2명은 스테로이드 치료, 항바이러스 치료도 같이 받았기 때문에 혈장 치료의 정확한 효과를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료제에 중화항체를 얼마나 농축해야 치료 효과가 있는지 등도 더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C 녹십자는 "환자의 상태나 신체조건에 따라 치료에 필요한 혈장 치료제의 양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등을 임상에서 확인·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혈장 치료제가 본격 생산돼도 완치자 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은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대구·경북 신천지 신도 완치자 500명도 혈장을 공여하기로 하면서 혈장 공여 의사를 밝힌 완치자는 875명이다. 11일까지 국내에서 완치된 1만2178명의 7.2% 수준이다. 권 원장은 "500명분 혈장은 임상 시험 이후 혈장 치료제를 만드는 데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국내 환자에게도 투여된 코로나 치료제 렘데시비르는 아직 효과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렘데시비르 투약 환자 27명 중 증세가 호전된 환자는 3분의 1인 9명에 그쳤다. 방역 당국은 "호전된 9명도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아 호전된 것인지 다른 요인으로 호전된 것인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고 했다.
☞혈장 치료
혈장(血漿)은 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제거한 노르스름한 액체를 가리킨다. 혈장 치료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항체가 든 완치자의 혈장을 환자에게 투여해 면역력이 생기도록 하는 치료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