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노트르담 대성당 위한 모금 행렬이 내심 부러운 브라질

WBDJOON 2019. 4. 19. 09:25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한 기부금은 이틀 새 1조원을 넘었다는 소식에 대서양 너머 브라질에서는 "우리도 국립 박물관 복원에 관심을 갖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화재로 파괴된 브라질 국립박물관 복원을 위한 기부금은 화재 7개월이 지난 현재 3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브라질 국립박물관 복원에 모인 기부금은 17일(현지시각) 현재 총 110만7000헤알(약 3억 2000만원)이다. 그중 86%인 95만헤알은 영국 의회와 독일 정부가 보낸 돈이다. 정작 브라질 국민과 기업이 낸 기부금은 15만7000헤알(약 4500만원)에 불과하다.

 

화재로 훼손된 브라질 국립박물관 건물. 

 

1818년 건립된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지질·인류·고고·민속학 관련 유물 2000만 점과 동식물 수집 표본 700만 점을 소장하고 있던 유서깊은 박물관이다. 작년 9월에 대화재로 유물과 표본 90%가 소실되거나 훼손됐다. 그중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여성 두개골 화석 '루지아(Luzia)'를 비롯해 기원전 1세기 화산 폭발로 사라진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에서 발굴된 것으로 추정되는 프레스코 벽화, 1~3세기 이집트 '케리마 공주'의 미라, 칠레 아타카마사막에서 발견된 4000년 된 남성 미라, 80만년 전 서식한 대형 초식 공룡 막사칼리사우루스 화석과 거대 육식 공룡 화석 등이 있다. 

 

박물관의 지질·고생물 전시를 담당하는 알렉산더 켈너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립박물관에서 소실된 유물의 가치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소실·훼손된 유물과 박물관 건물을 복원하는 데는 최소 10억달러(1조137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필요한 추산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가운데 이날 재산 규모가 51억헤알에 달하는 브라질 여성 갑부 릴리 사프라가 이날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8800만헤알(약 255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브라질 네티즌들은 '우리 국립박물관을 두고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기부했다는 게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켈너 소장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한 기부 행렬은 놀라운 일"이라며 "브라질 백만장자와 기업들이 국립박물관 복원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