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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오르테가 독재의 비극… 반정부 시위로 사망·실종 1000여명

WBDJOON 2018. 11. 20. 13:46

2018년8월3일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3/2018080300123.html


인구 630만명의 중남미 소국 니카라과에서 다니엘 오르테가〈사진〉 니카라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10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경찰과 민병대가 수만명의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유혈 사태가 이어지며 지난 28일까지 448명이 죽고 595명이 실종됐다. 잔혹한 시위 진압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르테가 대통령은 "2021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티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4월 발표된 연금 개혁안이다. 사업자·근로자가 내는 연금 기여금 부담은 올리고 연금 수령액은 삭감한 내용이었다. 개혁안에 반대하던 시위는 유혈 진압이 이어지자 정권 퇴진 시위로 격화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오르테가 대통령의 독재적 통치와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가 한 번에 터진 양상"이라고 전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43년간 니카라과를 통치한 독재자 소모사에게 저항한 좌파 게릴라 출신이다. 1979년 소모사 정권을 축출한 그는 1984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무리한 좌파 정책으로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었다. 1990년 우파 야당에 정권을 내주고 두 번의 대선에서 연달아 패한 뒤 그는 2006년 친기업 노선을 내세워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오르테가는 친기업 정책과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무상 교육, 공공 의료 확대 등 복지 정책 확대를 병행했다. 여기에는 당시 석유 부국이자 남미 반미·좌파의 수장 격이던 베네수엘라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베네수엘라는 해마다 5억달러어치 석유와 차관을 제공하며 니카라과를 반미동맹에 끌어들이려 했다. 덕분에 니카라과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4%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사이 오르테가는 헌법재판소와 사법부, 의회 요직에 친·인척과 측근을 앉히고 언론까지 장악하며 장기 집권 기반을 다졌다. 2011년 2선에 성공했고 2014년에는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연임 제한을 폐지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아내 로사리오 무리요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3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저유가가 발목을 잡았다.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던 베네수엘라 경제가 저유가로 붕괴하자 니카라과 원조를 줄였다. 원조에 의존하던 니카라과의 복지 재원은 급격히 고갈됐다. 연기금을 운용하는 '니카라과 사회보장기구'는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대로면 2019년에 연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다가 연기금이 고갈 직전에 이른 지난 4월에서야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연금 개혁안을 철회하고 사태 수습을 꾀하고 있지만 외신들은 "이미 늦었다"는 반응이다. 그와 손잡았던 종교계·재계도 이미 등을 돌리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사태 해결에 나설 조짐이다. 스페인 EFE 통신은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캐나다 등 아메리카 34개 국가가 속한 미주기구(OAS)가 니카라과 사태 해결을 위해 특별위원회 구성과 금융 제재안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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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명제가 이제는 정치적 진리로 느껴질 지경. 오르테가의 장기통치가 유지된 근간은 외형적으로 괜찮은 경제 덕분이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민들이 오르테가의 민주주의 파괴를 묵인해줬다"고 했다. 왜? 경제가 좋았으니깐. 

하지만 기실 니카라과의 경제 성장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원조에 상당히 기대고 있었고, 원조가 끊켜서 난 구멍을 제 때 메우지 못하다가 뒤늦게 꺼낸 연금 개혁안+과격한 시위 진압으로 정권이 아작나게 생겼음. 

2. 오르테가는 1984년 대통령이 된 이후 사유재산 몰수, 국유화 등 과격한 좌파정책을 밀어붙였는데, 여기에 미국의 제재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율이 수천% 뛰는 경제 파탄이 일어남. 대선 3수를 거쳐 2006년에 다시 당선될 수 있었던 건 친기업 정책과 낙태금지법 공약으로 자신과 척을 졌던 기업·상공계와 종교계를 끌어들인 덕분. 

3. 지금은 경제가 완전 아작나버린 베네수엘라의 옛(?) 영광은 찬란하디 찬란. 2010년 전후로 차베스가 반미를 외치면서 떵떵거렸던 건 허세가 아니었다. 석유가 너무 많이 넘쳐나서 니카라과 뿐아니라 남미 좌파 정권에 줄줄이 석유를 대줬고, 심지어 미국 영국의 영세한 지방에 반미 정서를 퍼트리기 위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저가에 공급하기도 했단다ㄷㄷ 

하지만 저유가와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완전히 아작나면서 지금은 국민 1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되어버렸음. 이미 인플레이션율이 수천%에 달하고, IMF는 올해 100만%까지 뛸 거라고 전망. 현재에 안주해 미래의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 지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