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취임한 '좌파 트럼프' 오브라도르(AMLO) 멕시코 대통령을 우려하는 시선들
지난 7월 멕시코 대선에서 당선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가 1일(현지 시각) 멕시코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오브라도르는 89년만에 등장한 좌파 출신 대통령으로, 좌파 포퓰리즘과 멕시코 우선주의를 내세워 ‘좌파 트럼프’로도 불린다.
이날 취임식에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수십년간 신자유주의 정부가 남긴 재앙스러운 유산을 뒤집겠다”며 “부패와 면책을 종식하기 위한 깊고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 민족주의에 따라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멕시코 시티 하원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등 28개국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미국과의 최대 현안인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번) 문제 해결에 나섰다.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그는 곧장 캐러번이 형성되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중미 3국 정상과 회동해 캐러번 발생을 막기 위한 공동계획 수립에 합의했다. 네 나라가 함께 저소득층 일자리 마련을 위한 기금을 만들고, 캐러번을 유발하는 빈곤·범죄 등의 요인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캐러밴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달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았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도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과 발을 맞춰 순조롭게 풀어갈 것을 암시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만성적인 부정부패, 급증한 살인·마약 범죄로 인한 치안 불안, 만성화된 경제 불평등 해결이 급선무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군 병력 중 5만명을 국가방위군(National Guard)으로 편성해 치안 안정에 투입하고, 최저임금과 노인 연금 인상, 농가에 비료 무상 제공 등을 경제 불평등의 해법으로 제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가 당선인 시절부터 보여온 지나친 포퓰리즘 행보가 멕시코를 더 큰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오브라도르가 멕시코 시티 신공항 공사를 철회한 것에 두고 “비실용적인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멕시코 신공항 건설을 줄곧 반대해온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이 이끄는 모레나(MORENA)당을 앞세워 자체 국민투표를 소환했고, 전체 유권자의 단 1%가 참여한 투표 결과를 내세워 신공항 사업을 중단시켰다. 신공항 공사는 공정이 이미 30%가량 진행됐고, 정부 예산도 30억 달러(3조3600억원)가 투입된 상태였다.
이런 식으로 오브라도르는 당선인 시절부터 마야 유적 관광 열차 건설 사업, 100만 헥타르(한반도 면적의 약 4.5배)에 과수·목재용 나무 심기, 국가 방위군 창설 등 갖가지 국가사업을 자체 국민투표에 부쳐 밀어붙이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브라도르가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