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反화웨이 전선에...뉴질랜드도 화웨이 5G 금지
미국이 주요 동맹국에 중국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5G (5세대 이동통신)장비 도입을 만류하고 나선 가운데, 28일 뉴질랜드 정부가 자국 이동통신사의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금지했다. 지난 8월 호주가 중국의 5G 장비 도입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뉴질랜드가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에 가담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과 영국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뉴질랜드 이동통신사 '스파크 뉴질랜드'는 관련 법규에 따라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해 오는 2020년 7월까지 5G 통신망을 출범시킨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을 뉴질랜드 정부통신보안국(GCSB)에 제출했다. 이를 조사한 GCSB는 이날 스파크 뉴질랜드 측에 "해당 사업이 실행될 경우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중국은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뉴질랜드 언론 보도로 알려진 내용(화웨이 5G 장비 사용 금지)에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며 “뉴질랜드가 중국 기업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의 결정은 근거가 부족한 부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화웨이의 5G 장비 공급 계약은 뉴질랜드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최근 주요 동맹국에 관리들을 보내 ‘사이버 안보상의 우려가 있으니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마라’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이 체결한 통신정보공유연합체)’의 일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미국의 요청에 영국·독일이 5G 장비 도입 입찰에서 화웨이를 아예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과 캐나다도 미국의 설득에 화웨이 5G 장비 도입 금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국은 화웨이 장비 도입을 전면 금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이동통신사들과 주요 명문대들은 이미 화웨이와 깊은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BT, 보다폰 등 영국 주요 이통사들은2000년대 초반부터 2G부터 4G까지 쭉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보다폰은 현재 화웨이의 5G 장비 도입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 등은 화웨이와 오래된 R&D 협력 관계다. 로스 앤더슨 케임브리지대 교수는"그럼에도 국제 정세에 따라 중국이 영국에 5G 서비스 및 장비 공급 중단을 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하게 된다는 건 분명히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