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경산에서 봉화까지...대구 라인 무너지나
5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경북 경산시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감염병 특별관리지역 지정은 대구, 경북 청도군에 경산이 세번째다. 감염병 특별관리지역 설정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법적 근거가 없이 내려진 일시적 행정 조치다. 재난안전법 내 ‘특별재난지역’ 관련 조항을 준용해 감염병 피해가 큰 지역에 응급대책 및 구호 작업을 정부가 특별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이날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에서는 49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제2의 청도대남병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봉화를 비롯해 경산, 칠곡 등 경북 내 요양원 곳곳에 연이어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의료계에서는 “대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파를 최대한 저지하려 했던 방역 당국의 전략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천지 넘어 지역 사회까지 감염된 경산
이날 오후 경북 경산시 남산면에 있는 서린요양원 입구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요양자 74명과 직원 48명 등 122명이 생활하는 이 요양원에선 최근 확진자 13명이 나왔다. 주민 이모(62)씨는 “입소자들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며 “대구와 청도처럼 경산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환자들이 쏟아져 무척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중대본 측은 경산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며 “최근 경북 지역 전체 신규 확진자의 73%가 경산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현재 경산 내 확진자는 총 347명이다. 하루 전보다 56명 늘어나 이미 청도를 추월했다. 지난달 26일 45명에서 이날까지 7배 넘게 늘었다.
경산에서는 지난달 19일 신천지 신도인 29세 여성과 19세 여성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틀 뒤인 21일부터는 신천지 신도뿐 아니라 감염원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확진자도 하나 둘 발생했다. 23일까지만 해도 하루 10명 미만으로 늘었지만, 24~25일에는 각각 11명씩 늘었고, 26일에는 하루 새 34명이 나왔다. 이달 1일부터는 하루 50~60명씩 확진자가 급증했다. 지난 3일 확진자 중에는 경산시청 도시과 공무원과 자원순환과 폐기물매립장 운전직도 포함됐다.
경산에서 확진자가 폭증한 배경엔 경산의 지리적 특성과 신천지 교인이 다수 밀집한 것 등이 꼽힌다. 경산은 대구와 같은 생활권인 위성 도시로 영남대 등 여러 대학이 있어 20~30대 청년을 중심으로 인구 이동이 많다. 신천지 대학생 선교센터도 2곳이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선교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산지역 확진자의 30%가 20~30대다.
경산에서의 바이러스 확산 양상은 이미 신천지 신도 내 집단 감염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생한 확진자 연령대는 10대~80대까지 퍼져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생후 45일 신생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영조 경산시장은 “신천지 교회와 직접적인 접촉자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확진자와 접촉, 접촉자와 제2의 접촉 등 지역감염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소아감염병과 전문의는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해 이미 지역 사회 곳곳에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산 내 확진자 347명 중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232명(67%)이지만, 감염원을 알 수 없거나 기존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확진자 수도 115명(33%)에 이른다.
감염병 특별관리지역 설정에 따라 방역당국은 경산에 선별진료소를 추가로 늘려 진단 검사를 늘리고, 경산 소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설치해 경증 환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경산시는 오는 16일까지 경산 시내에서 모든 기관, 사회, 종교단체의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북 내 요양원 연이어 집단 감염…예방적 코호트 격리
대구, 청도군에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는 경산을 넘어 북상하는 양상이다. 이날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입소자 및 직원 116명 중 입소자 24명, 직원 10명 등 34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이날 저녁 1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확진된 2명을 포함해 총 확진자는 49명이다. 현재 검사 중인 80여명 중 상당수가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요양원 입소자 대부분 당뇨나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명피해도 우려된다.
주민 박종화(59)씨는 “그나마 청정 지역이라고 자부하던 봉화에 감염 환자가 집단으로 나오면서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푸른요양원 등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새로운 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군에 따르면 푸른요양원 입소자 2명이 지난 3일 발열 증상으로 봉화해성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들이 확진자로 판명 나자 봉화군은 이들과 밀접 접촉한 간호사와 운전사 등 3명을 격리 조치했다. 하지만 이날 추가로 34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봉화군은 봉화해성병원과 푸른요양원 전체를 폐쇄했다. 병원에 있는 환자 44명과 의료진 57명 등 107명이 격리돼 모두 진단 검사를 받았다.
대구·경북 외 타 지역에서 신천지 외 집단 감염이 주로 교회나 강습소에서 발생한 것과 달리 경북 지역 집단 감염은 요양원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경북 칠곡군 밀알사랑의집에서는 지난달 24일 이후 총 24명이 집단 감염됐다. 경산 서린요양원(13명), 엘린노인용양공동생활가정(3명) 등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경북 지역에 바이러스가 넓게 퍼지면서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이 모인 시설에서 증상이 먼저 발현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요양원 내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이날 경북도청은 도내 생활복지시설 581곳 전체를 최고 2주간 격리하는 조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입소자는 2주간, 종사자들은 7일간 시설 밖으로 출입이 모두 금지됐다. 시설 직원들은 일주일씩 2교대 근무를 하게 된다. 경북도 측은 “사회복지생활시설 내 집단 감염이 추가로 발생하는 걸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