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입국 제한 확대 없이 '자가 진단 앱' 하나로 큰소리 치는 정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4일 “입국 금지 수준은 중국 후베이성에 금지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전날 정부는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했지만, 감염원 유입 차단을 위한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확대는 거부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이날 의료계에선 “전면 제한의 필요성을 수차례 말했는데 방역 당국이 아예 귀를 틀어막은 것 같다”는 말들이 나왔다. 방역 당국이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확대를 거부하며 “이미 입국자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특별입국절차’와 ‘자가진단 앱’을 내세운다. 특별입국절차를 통해 검역 시 중국발 입국자의 건강 상태와 연락처를 확인하고, 휴대폰에 자가 진단 앱을 설치해 매일 건강 상태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는 ‘그림자 환자’를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입국자가 증상이 없는 잠복기 상태로 검역을 통과하고, 국내에서 기침·미열 등 경증이 발현해 본인도 모르는 새 코로나19를 지역사회에 퍼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입국 제한을 확대하지 않으면 이런 그림자 환자가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하루 입국 5000명, 입국자 중 23%는 자가진단앱 이용 안 해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계속 늘어나자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특별입국절차를 거친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자기 진단’ 앱도 설치하도록 했다. 입국자가 이틀 연속으로 앱에 건강 상태를 입력하지 않으면 당국이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경찰이 나서 소재 파악에 나서, 중국발 입국자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조치였다.
하지만 앱 설치 대상자의 23%인 1만1595명은 아예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지 않거나 앱을 깔고도 건강 상태를 입력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입국한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발 입국자는 4만9684명 중 앱을 설치하지 않은 사람은 8944명, 앱을 깔고도 입력하지 않는 사람이 265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전화 연락과 경찰 추적을 통해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앱을 입력하지 않아 경찰이 소재를 추적한 중국발 입국자는 현재까지 200여명 정도”라고 답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후 하루에 최소 중국발 입국자 600여명이 자가진단 결과를 입력하지 않아 복지부 산하 연금공단 콜센터 등 3개 콜센터에 자가 진단을 입력 독촉전화를 하라며 200명의 입국자 명단을 내려온다고 한다. 이중 100여명은 독촉 전화조차 받지 않아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서 행정력이 낭비되는 실정이다.
자가진단 앱 자체가 입국자의 자발성에 기초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한 코로나 증상이 가볍게 나타난 입국자가 앱에 ‘이상이 없다’고 허위로 입력해도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앱 설치 없이 특별입국절차만 거쳐 지난 4~11일 사이 입국한 약 5만여명은 이미 사각지대에 있다. 방역 당국은 "이들에겐 건강에 이상이 있을 시 연락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따로 연락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예 특별입국절차도 없이 입국한 사람 중 이미 국내에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 사이에서 처음 우한 코로나가 발병하기 시작한 건 지난 7~9일 사이다. 잠복기 2주를 감안하면 지난달 23일 이후로 중국에서 들어온 ‘그림자 환자’가 신천지 신도들에게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약 20만명이 중국에서 입국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주에만 중국인 유학생 1만명 더 들어와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에만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1만여명이 더 입국할 예정이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감염병과 전문의는 “입국 제한만 하면 절약할 수 있는 행정력이 입국자 관리에 소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중국 국적 유학생 7만979명이 전국 259개 대학에 재학중이다. 이들 중 1만2753명은 지난겨울 국내에 머물렀고, 1만9838명은 지난 18일 전 입국을 마쳤다. 교육부는 “아직 입국하지 않은 중국 유학생 3만8388명 중 이번 주에 약 1만여명이 입국할 예정이며, 다음 주 이후에도 2만여명이 더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 소재 A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 중 학교에 연락 없이 입국하거나, 입국하기로 해놓고 입국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B대학 관계자는 "국내에 머무르던 중국인 유학생 중 신고 없이 들어온 유학생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