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마스크 대란 속 전국 각지에선 “어려운 이웃 도와달라” 기부 행렬
지난 10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여주시청 건물에 한 40대 남성이 들어섰다. 복지행정과 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직원에게 “아버지께서 조용히 돕길 희망하신다”는 말과 함께 5000만원짜리 수표 2장과 편지 한 통을 건네고 곧장 시청 건물을 빠져나갔다. 이 남성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볼펜 판매업, 안경도매업 등으로 자수성가한 이남림(73)씨. 2006년과 2007년 불치병 어린이를 위해 30억원을 기부했고, 지난해 12월에도 2억원을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는 등 지역 사회에서 ‘기부왕’으로 유명하다.
아들이 전한 편지에서 이씨는 “최근 코로나19(우한 코로나)의 국내 확산 속에서 형편이 어려워 마스크를 사용하고 싶어도 비용이 부담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여주시에서 마스크를 일괄 구입하여 취약계층 분들께 제공해 주시고, 마스크 품귀 현상 등으로 물량 확보가 어렵다면 맡긴 성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써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브로커들의 마스크 입도선매와 일부 유통·제조업체의 사재기로 마스크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씨처럼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분들을 도와달라”며 마스크나 자선금을 기부하는 행렬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우한 코로나 확산이 진정될 때까지 매달 마스크 5만 개를 양주시에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이 업체 대표는 지난 4일 양주시청을 방문해 “취약계층 분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다”며 기부 의사를 전했고, 지난 10일 1차로 마스크 1만 개를 시청에 전달했다. 이 업체는 현재 중국에서 들여오던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겨 마스크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시청 관계자는 “그런 상황에서도 14일까지 나머지 기부 물량 4만 개를 전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익명 기부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나 성인용 KF94 마스크 1만 개, 아동용 KF80 마스크 5000개를 기부했다. 신분 공개를 한사코 거부한 기부자는 편지를 통해 “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시기에 누군가 이런 기부를 했다고 알리는 것이 기부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전북 군산시 군산소방서 사정 119안전센터 앞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마스크 250개가 담긴 상자와 ‘119구급대원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작게나마 보답하고자 마스크를 드립니다’라고 적은 편지를 두고 사라졌다. 군산에서는 지난달 31일 우한 코로나 8번 확진자가 발생했고, 약 60명이 자가 격리 상태에 있었다. 12일 군산시 관계자는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지역 경제도 어려운데 시민들이 직접 나서 이웃을 돕고 배려하는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