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지자체 동선정보 공개는 막고, 질본 발표는 늦고… 더 커지는 불안
6일 국내에서 코로나19(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4명 추가돼 23명으로 늘어나자 국민의 불안과 공포는 점점 커져가는 양상이다. 확진자는 나날이 늘고 있는데 정부의 확진자 동선(動線) 공개는 오히려 점점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온라인상에서는 "확진자 동선을 빨리 공개해줘야 대처를 하거나 감염을 피할 수 있는데 동선도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앉아서 당하기만 하라는 거냐"는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날 정부는 거꾸로 지자체에 '개별적으로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말라'는 사실상 함구령을 내렸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따로 공개해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제(5일) 각 지자체에 이런 지침을 다시 한 번 안내했다"며 "법에 따라 질본이 이 부분에 대한 전체적인 통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본이 정보 공개의 사령탑을 맡아야 하고,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한다는 원칙은 맞는다. 하지만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사례가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는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욱이 지자체가 공개했던 동선 중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적은 거의 없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자체는 1차적인 조사를 통해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을 고려해 일정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선 공개 24시간→48시간 늦어져
이날 현재 우한 코로나 확진자는 23명으로 늘어났지만 질본은 17번 확진자까지만 동선을 공개했다. 18번부터 23번까지 6명의 동선은 확진 사실이 알려진 지 최대 50여 시간이 지나도록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상태다.
국내 우한 코로나 확진자 발생 초기만 해도 질본은 역학조사를 24시간 안에 끝내 확진자의 동선을 발표했다. 반면 5일 확진 발표가 난 18번 확진자 동선이 오늘(7일) 오후 2시 정례 브리핑에서 발표된다고 쳐도 확진 발표 후 53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이틀 동안 확진자 7명이 나오면서 역학조사가 행정적·물리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날 확진 사실이 알려진 23번 확진자(58·중국인 여성)가 지난달 23일 입국한 이후 보름 이상 국내에 체류한 것으로 알려져 동선 파악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 전문가는 "지역사회로의 전파 위험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런 흐름이라면 동선 공개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와 협력해 '선공개·후수정' 방향으로 가는 게 더 나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동선 공개 늦어지자 시민들은 '분통'
질본의 동선 공개가 늦어질수록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부분적으로 건물 폐쇄 및 방역 작업 소식이 알려지고 있지만, 자신이 의심 환자인지, 확진자와 접촉했는지 등을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조효경(47)씨는 "23번 확진자가 서대문구에 체류하고 있었다는데 질병관리본부가 확실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불안하다"고 했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만난 김지윤(22)씨는 "동선이 공개가 안 되고 있으니 일상적으로 다니던 공간에 가기가 무섭다"고 했다.
22번 확진자가 다니는 광주우편집중국은 지난 5일부터 건물을 폐쇄하고 있다. 그가 이곳에서만 200~300명을 접촉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19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인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도 임시 휴점했다. 모두 질본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방문 장소다.
이런 상황에서 질본은 코레일이 지난 2일 우한 폐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에 대한 정보 공유 요청을 거절했다고 코레일이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6일 "우한 폐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KTX 등 열차를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의 개인정보를 달라고 질본에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12번·14번 확진자(서울-강릉 왕복), 17번 확진자(서울에서 대구) 등이 KTX를 이용했다.
질본은 코레일 요청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소수의 역학조사관이 일일이 현장에 방문해 감시 카메라를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해 동선을 공개하다 보니 확산하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동선 공개를 이런 방식으로 계속한다면 정보는 정보대로 늦고 역학조사관들은 과로로 쓰러질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