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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트럼프' 보우소나루 등장에 위기에 처한 아마존 열대우림

WBDJOON 2018. 11. 21. 16:41

국제 환경운동가들이 ‘브라질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선인 탓에 고심에 빠진 듯 하.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간해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공약한 보우소나루의 등장으로 지난 브라질 대선 기간부터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대선에서 “브라질 환경부가 과도하게 아마존 열대 우림을 보호하고 있다”며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내 광산 개발과 농지, 목초지를 늘려 경기 회복을 촉진하겠다는 게 공약의 골자다. 내년 1월 그가 대통령에 취임해 공약을 이행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현지 시각) 브라질 과학기술부 산하 국립우주연구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대선이 치러진 8~10월 사이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은 167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8%가 증가했다. 석 달 사이 서울시 면적의 약 2.7배인 열대우림이 사라진 것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 “농지·목초지 조성, 아마존 밀림 내 광산 개발을 위해 불법 벌목이 자행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브라질 군경이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지역 내에서 적발한 불법 채광업자는 1900여명에 달한다.


아마존 열대 우림은 지구 전체 산소의 약
20%를 공급해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그만큼 방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브라질은 아마존 열대 우림 지역의 약 60%가 있어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의 책임이 가장 큰 나라다.


1970년대 초까지 약 410만㎢였던 
브라질 내 열대우림 면적은 현재 약 330만㎢다. 40년 새 우리나라 면적의 약 8배인 80만㎢의 우림이 사라졌다. 70년대 후반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1~2만㎢의 열대우림이 사라졌지만, 브라질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최근에는 연 개간 면적이 5000~8000㎢로 줄었다.

이런 추세가 지난 대선부터 급격히 뒤집힌 건 환경 규제 완화를 공약한 보우소나루의 등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얘기다. 환경전문매체 ‘몽가베이(Mongabay)’는 “브라질 극 서부 아크리·아마조나스 주에서 대선 기간동안 파괴된 우림 면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3%, 114% 증가했는데, 보우소나루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인 목축업자들이 불법 벌목을 한 결과”라며 “대선 기간 환경규제 완화를 외친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겼다”고 했다열대우림 개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보우소나루를 지지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브라질리아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마조니아주 내에서 지난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지자체의 열대우림 개간율이 다른 후보 지지율이 높은 지자체의 개간율보다 약 2.5배 높았다. 

보우소나루가 취임하면 이런 추세는 더 심해질 거라는 관측이 높다. 보우소나루가 당선인 신분으로 제시한 정부 개편안도 대대적인 환경 규제 완화에 나설 거라는 의중이 담겨 있다. 현재 29개에 이르는 정부 부처를 18개로 통폐합한다는 구상인데, 여기에는 농업부와 환경부를 통합하고 이 부처의 장관으로 반규제·개발론자인 테레자 크리스티나를 내정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크리스티나 내정자는 과거부터 "아마존 열대우림 내 대규모 댐과 철도 건설, 광산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카를로스 리틀 브라질 기후천문대 사무총장은 “보우소나루의 공약이 이행되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