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중국 테크기업들, 안면인식 및 감시기술 국제표준 잠식중

WBDJOON 2019. 12. 2. 16:16

중국의 AI(인공지능) 및 감시기술을 주도하는 중국 테크기업들이 안면인식 및 감시카메라 기술 분야의 국제 표준을 잠식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1(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내에서 안면인식 등 각종 감시 기술을 활용해 ‘빅 브라더(Big brother· 정보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시스템)’ 사회를 구축 중인 중국이 이 기술들을 해외에 대거 수출하는 동시에 관련된 국제 표준을 중국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Financial Times

 

FT가 이동통신산업 분야 국제표준을 결정하는 UN 산하기관 국제이동통신연합(ITU)의 보고서를 입수한 결과, 화웨이를 비롯해 ZTE, 다화,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기업들이 올 연말까지 이뤄지는 안면인식 및 감시카메라 기술 분야의 국제 표준 설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령 거리의 밝기에 따라 가로등이 저절로 켜지고 꺼지는 스마트 가로등 기술 분야에서는 “스마트 가로등 설치 시 가로등에 영상 감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는 ZTE와 차이나모바일의 제안이 지난 6월 국제표준으로 설정됐다.

 

200여개국이 속한 ITU의 국제 기술 표준은 보통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지역 개도국에서 대거 수용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북미는 자체적인 기술 표준을 설정하는 반면 개도국들은 자체 표준을 설정할 자원과 기술이 없어 중국이 주도하는 ITU의 표준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앙골라, 우간다 등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 및 감시 인프라가 급속히 확산하는 추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최근 자국 보안 업체를 통해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중국 감시카메라 업체 하이크비전의 안면인식 폐쇄회로(CCTV) 15000여대를 설치했다. 우간다 정부는 지난 8 "나라 전체에 화웨이의 안면인식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국제 표준 설정과 해외 수출로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령 아프리카에 안면인식 기술을 수출할 경우 인종 간 피부색 차이, 인종별 안면 인식 능력 등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짐바브웨에 진출한 중국 기업 ‘클라우드워크’는 짐바브웨 현지에 안면인식 기술 인력을 육성해주는 조건으로 짐바브웨에서 수집된 안면 인식 정보를 추후에 제공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카네기 재단의 스티븐 펠드스타인 연구원은 “중국이 이미 감시기술 분야를 넘어 인공지능(AI) 분야 전반에서 국제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도 안면인식 등 감시기술을 앞세워 '빅 브라더'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BBC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중국에서는 새 휴대전화 개통시 반드시 안면인식을 받도록 하는 새 규정이 시행됐다. 안면인식 결과가 제시한 공민증과 일치해야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국민들의 온라인상 합법적 권리와 이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BBC에 따르면 당장 웨이보 등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이미 온라인 상에서 많은 부분을 모니터링하지 않느냐. 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중국 정부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