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처럼 죽었다"는 트럼프 말은 사실? IS 수괴, 사망 전 신경쇠약 시달려
지난달 26일(이하 현지 시각) 미군 특수부대의 급습 도중 자폭으로 사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사망 전 미국의 추격과 측근들의 배신을 두려워하며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바그다디의 사망을 발표하며 "그는 개처럼, 겁쟁이처럼 죽었다"고 묘사한 바 있다.
AP통신은 4일 알바그다디에 성폭행을 당한 쿠르드족 야지디교 신자인 10대 소녀와 그의 이복형제인 모하마드 알리 사지트, 이라크 당국 등을 인용해 알바그다디 사망 전 모습에 대해 보도했다. 특히 지난 6월 이라크 당국에 체포된 사지트는 지난주 알-아라비아 TV와의 인터뷰에서 알바그다디가 근 수개월간 신경쇠약과 당뇨를 앓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알바그다디는 극심한 감정 기복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수시로 "이건 전부 다 배신 때문이야"라며 IS 고위 인사들과 측근들을 원망했다고 한다.
미군과 쿠르드 민병대의 공격으로 IS의 영토가 줄어들수록 알바그다디의 활동범위는 점점 줄었다. 불안감에 빠진 알바그다디는 늘 자살폭탄이 든 벨트를 차고 다녔고 잠잘 때에도 벨트를 매고 있었다고 사지트는 회상했다. 이것도 부족해 알바그다디는 측근과 수행원들에게도 자살폭탄 벨트를 매고 다니도록 지시했다. 사지트는 "알바그다디는 추적이 두려워 휴대전화는 절대 사용하지 않았고, 그의 수행원 한 명이 갤럭시 7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알바그다디는 당뇨로 인한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졌고, 매일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을 투여했다고 한다.
알바그다디가 사망 당시 숨었던 은신처는 원래 양지기가 살았던 곳으로, 인근 주민들과의 왕래도 적었다고 한다. 이에 인근 마을 주민들도 은신처에 알바그다디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군의 공습이 펼쳐지면 알바그다디는 양치기로 분장하고 흙구덩이에 몸을 숨겼다고 한다.
사지트는 IS의 새로운 수괴인 '알쿠라이시'의 정체가 서방 언론들이 추측한 IS 재판관 겸 수뇌부인 하지 압둘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다. 이라크 당국에 따르면 하지 압둘라는 알바그다디와 지속적으로 접촉했고, 알바그다디는 이미 오래전 압둘라에게 IS의 재정, 행정 권한을 일임했다고 사지트는 진술했다.
AP통신은 알바그다디의 성 노예로 고통받은 한 쿠르드족 출신 야지디교 신자인 10대 소녀의 진술도 확보했다. 지난 5월 미군에 의해 구출된 이 소녀에 따르면 알바그다디는 IS 영토가 점점 줄어들자 어쩔 수 없이 IS와 사이가 나쁜 알 카에다가 통제하는 시리아 서북부 이들립주에 잠입했다고 한다. 소녀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알바그다디는 늘 7명의 수행원과 함께 움직였고, 수개월 전에 자신의 후계자에 모든 권력을 이미 위임했다"고 말했다.
소녀는 2017년 말 알바그다디가 시리아 남동부 지역에 은거할 동안 수시로 강간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알바그다디는 늘 밤에만 이동했고,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얼굴을 가리고 5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다녔다고 소녀는 말했다. AP통신은 "IS 영토가 줄어들면서 알바그다디는 시리아 동부 이곳저곳을 1년여간 옮겨다녔고, 시리아 동부를 미군과 쿠르드민병대에 빼앗긴 후 지난봄에 이들립주에 있는 마지막 은신처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