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원의 나비효과'? 칠레 APEC 취소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전망도 불투명
칠레 정부가 이달 초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반(反)정부 시위 격화로 내달 중순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50원의 나비효과’가 굵직한 국제 외교 일정을 줄줄이 꼬이게 만드는 양상이다.
APEC 취소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만남이 무산되면서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조만간 서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서명이 연기되면 이는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2단계 또는 3단계 합의’를 보지 못할 위험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호건 기들리 미 백악관 부대변인은 “우리는 전과 같은 일정에 따라 중국과의 역사적인 1단계 합의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양국이 원래 계획대로 협상을 계속할 것이며 내달 1일 양측 대표가 전화통화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 사회의 우려에 양국이 "협상을 지속할 것"이라며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1단계 무역합의 서 제2의 후보지로 미국은 하와이나 알래스카를, 중국 측은 마카오를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APEC을 계기로 미·중·일 정상과 만나 핵심 현안을 풀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11월 외교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 대통령은 당초 APE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해 왔다. 미국과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미·북 비핵화 협상 같은 현안이 놓여있다. 아베 총리와는 지소미아와 한·일 관계 정상화의 돌파구를 찾는 정상회담이 조율되고 있었다. 시 주석과도 사드와 북핵 등 현안이 쌓여 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칠레 방문 전 멕시코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일부에서는 멕시코를 예정대로 방문하고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는 아무것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