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빵, 점심엔 햄버거...우크라이나 대통령, 14시간 넘는 '마라톤 기자회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의 발단이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당사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내외신 기자 300여명을 불러놓고 14시간이 넘는 ‘마라톤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국가기록원은 “이번 기자회견이 최장시간 기자회견 세계 기록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도심에 있는 한 먹거리 장터에서 아침 일찍 열렸다. 기자들이 7~10명씩 조를 이뤄 30분간 장터 가운데 놓인 탁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둘러앉아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문답하는 방식이었다.
코미디언 겸 영화배우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자신의 끼와 체력을 과시했다. 회견 직전 성대강화 주사까지 맞고 나온 그는 아침 일찍 기자들과 크루아상 빵을 나눠 먹으며 회견을 시작해 점심·저녁 식사 시간에도 회견을 멈추지 않고 햄버거, 빵을 기자들과 함께 먹으며 문답을 이어갔다. 회견 도중 자신을 촬영하는 사진 기자, 시민에게 자연스레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젤렌스키는 이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를 자유롭게 구사했고, 종종 영어를 섞어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견이 8시간을 넘자 대통령실 언론 담당 비서관이 국기기록원 관계자와 함께 기자들 앞에 나와 “이번 회견이 종전 세계 최장 기자회견보다 45분 더 길게 진행되고 있다”며 세계 신기록 수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들은 종전 최고 기록 보유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종전 세계 기록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017년에 7시간가량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젤렌스키의 기자회견은 14시간을 넘게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외신들의 평가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젤렌스키는 이날 논란이 된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 대해 “어떤 협박도, 위협도 없었다”며 트럼프가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WP는 “대통령이 기자들과 격의 없는 문답 자리를 가진 건 인상 깊지만, 이날 그가 한 답변 대부분은 이미 우크라이나 정부·관리들이 했던 답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