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감상)

(책)대항해시대의 탄생 - 송동훈 저

WBDJOON 2019. 9. 11. 16:47

 

 

기자는 기자가 쓴 글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촘촘한 팩트들이 효율적으로 요약되면서도, 반드시 알아야할 것과 부각되어야 할 사실들을 또렷하게 살려내는, 전직 조선일보 기자인 저자의 글은 시종일관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혔다.  

 

역사 수업과 여러 역사 책에서 두루뭉실하게 알려줬던 대항해시대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가 촘촘하면서도 흥미롭게 쓰여진 책이다. 마젤란은 스페인이 아닌 포르투갈 사람 페르낭드 마갈량이스 였다는 것, 그리고 그가 포르투갈의 인도 신항로 개척에도 다수 참가했던 사실, 오늘날 몰루카 제도로 불리는 곳이 16세기에는 얼마나 높은 가치를 지녔던 '향료 제도'였는지, 포르투갈 탐험가 페드루 알바로스 카브랄이 인도 신항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브라질을 우연히 발견(1500)한 것, 인도 신항로가 개척되기 전까지 이미 중동에서 인도와 동남아로 이어지는 광대한 향신료 무역망을 무슬림 상인들이 촘촘히 장악하고 있었던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대항해시대의 문을 열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불과 60~100여년만에 재정 파탄과 몰락을 걷게 된 경과다. 저자는 종교적 맹신, 이로 인한 비관용의 문화가 두 나라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짚어낸다. 드넓은 제국을 통솔하려면 로마 제국과 같은 관용과 포섭의 문화가 필요했는데, 두 나라를 휩쓴 기독교 순혈주의는 관용의 문화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무슬림과 유대인도 모두 배척해버렸다. 그 결과 대항해시대의 문을 열었던 두 나라가 아닌 네덜란드와 영국이 해상 제국으로 부상하며 대항해시대의 과실을 독식하게 됐다. 

포르투갈의 건국과 독립 이야기, 알부케르크 제독의 동남아 무역로 개척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두고두고 펼쳐 보게 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