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美 최장 아프간 전쟁 종식 물건너가나… 트럼프, 평화협상 돌연 중단

WBDJOON 2019. 9. 9. 10: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협정 초안에 합의하면서 미 역사상 최장기 전쟁(18년)으로 기록된 아프간 전쟁이 종식되는 듯했지만,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돌연 추가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프간 대통령을 각각 비밀리에 만나기로 했으나, 회담을 취소하고 평화 협상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행히도 그들(탈레반)은 협상에서 잘못된 지렛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훌륭한 군인 1명과 그 외 11명의 사람을 숨지게 한 (테러) 공격을 저질렀고, 이것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며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자신의 협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느냐"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아프간 수도 카불 외교 단지 인근에서 일어난 탈레반의 차량 폭탄 테러를 언급하며 회담 취소와 협상 중단 책임을 탈레반에 돌린 것이다. 이에 대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8일 성명을 내고 "협상 중단은 미국의 인명과 자산의 추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8년간 무수한 인명 피해를 낸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 1년여의 협상을 거쳐 초안을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이 초안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는 미국이 135일 이내에 아프간 주둔 미군 1만4000여명 중 5000명을 철수하고, 대신 탈레반은 테러 조직 알 카에다와의 연대를 끊고 IS(이슬람국가)와 계속 싸워나가며 아프간에 테러 조직이 활동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강경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탈레반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며 평화협정 체결에 계속 반대하고 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 "지금 초안에 서명하면 탈레반의 합법적 실체를 인정해줄 여지가 있다"며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중단을 선언한 건 이런 내부 이견을 정리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협상 막바지에 판을 깨트려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베트남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 결렬을 선언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AP통신은 "지금으로선 트럼프의 협상 중단 선언이 평화 협상의 완전한 파기를 뜻하는 것인지, 대화가 잠정 중단된 것을 뜻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