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포퓰리즘발 경제 붕괴 공포에 고학력 인재들 "아르헨티나 탈출하자"

WBDJOON 2019. 8. 27. 15:51

‘페론주의’ 공포가 엄습한 아르헨티나에서 고학력 인재들이 대거 해외 취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에 열린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 포퓰리즘을 내세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친(親)시장을 표방했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에게 압승을 거두자 경제가 더 악화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고급 인력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26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대선 예비 선거 이후 영국 대형 헤드헌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의 중남미 지사에는 아르헨티나인의 해외 구직 신청이 선거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칠레의 한 채용 관련 기업에는 지난 3개월간 칠레에 구직을 원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6% 늘었다. 통신은 “해외 구직을 원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은 대부분 기업 중역이거나 대졸 구직자”라고 전했다.

 

지난 주말부터 아르헨티나 트위터 사용자 사이에서는 ‘유일한 탈출구는 에세이사(Ezeiza)’라는 문구가 퍼지고 있다. 에세이사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제공항 이름이다. '조국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아르헨티나에 퍼지는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에 있는 한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기에르모 갈리아씨는 “내 자녀들의 미래가 아르헨티나에서는 보이지 않아 스카우트 제의를 수용했다”면서 "이탈리아로 가게 되면 조국이 그리울 테지만,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탈리아에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통신에 말했다.


구직자들의 희망 행선지는 중남미에서 드물게 경제 상황이 좋은 콜롬비아와 칠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콜롬비아는 올해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남미에서 경제가 가장 안정적인 칠레도 아르헨티나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 덕분에 고학력 아르헨티나인들이 선호하는 행선지다. 로이터 통신은 “브라질, 멕시코에 취업하려는 아르헨티나인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아르헨티나의 인력 유출이 이웃 나라엔 경제적 이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경제 전망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인력 유출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29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의 신용 등급을 기존 'B-'에서 디폴트 바로 윗 단계인 '선택적 디폴트(SD·Selective Default)'로 낮췄다. ‘B’에서 ‘B-‘로 등급을 조정한 지 13일만이다. 

S&P는 전날 아르헨티나 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단기 채권 만기 일자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사실을 지적하며 “우리 기준에서 이는 디폴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아르헨티나 정부는 단기채권뿐만 아니라 5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채권 만기,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부터 지급한 440억달러의 구제금융의 상환 조건도 재조정하겠다고 나서면서 디폴트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