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후 첫 항공모함에 미군 F-35B 스텔스 전투기 먼저 배치한다
일본이 2차대전 패전 후 처음 운용할 항공모함에 미군의 F-35B 전투기가 우선 배치될 계획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F-35B를 실전 배치하기 전에 미군이 운용하는 F-35B 가 먼저 항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항공모함으로 개조되는 이즈모급 호위함에 처음 이착륙할 전투기는 미군의 F-35B 스텔스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2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지난 3월 말 로버트 넬러 당시 미 해병대 사령관이 방일했을 때 이와 같은 양국 간 군사 협력 계획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와야 방위상은 넬러 사령관에게 이즈모급 호위함 개조 계획을 설명하고 “개조 후 이즈모급 호위함 갑판에서 이착륙하는 최초의 전투기가 미군의 F-35B가 됐으면 한다. 항모 갑판 위에서의 전투기 운용 요령 등에 대한 협력과 조언을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넬러 사령관도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답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미국에 이런 요청을 한 건 미국의 협조를 얻어 이즈모 경항모에서 F-35B 전투기를 운용하는 노하우를 조기에 축적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총 42대의 F-35B를 도입해 이즈모 경항모에서 운용할 계획인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를 경항모에서 운용하려면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즈모급 호위함 개조가 2020년(회계연도 기준)에 완료되는 반면 일본 항공자위대에 F-35B 실전 배치가 완료되는 건 2024년 이후다. 이 3~4년의 공백 기간에 미군의 F-35B를 이착륙시키며 경항모 운용 노하우부터 먼저 쌓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라는 것이다. 미 해병대는 현재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F-35B 를 실전 배치한 상태다.
이런 일본의 제의에 넬러 사령관이 협조 의사를 전한 것은 최근 양국 간 군사 협력이 급속히 강화되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굴기’에 맞서 일본·호주·인도와 연합해 중국을 포위·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 7함대 사령부, 7함대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주둔하는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핵심 요충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올해 초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제공하지 않았던 F-35B 스텔스기의 설계와 관련한 기밀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지난 5월 남중국해에서 미국·인도·필리핀 해군과, 인도양에선 미국·호주·프랑스 해군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