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개, 생태계 파괴 주범이 되고 있다

WBDJOON 2019. 8. 21. 17:01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가 자연을 파괴하는 유해 동물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주인에게 버림받았거나 집에 묶여 있지 않아 사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Stray dog)’들이 생태계를 파괴·교란하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 20(현지 시각) 전했다.

 

생물학계는 전 세계에 약 10억 마리의 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20세기에 지구 전체 인구가 16억명에서 60억명으로 급속히 늘면서 개 숫자도 덩달아 급증했다. 이 중 15~25%는 집에서만 거주하는 애완견이지만, 나머지는 시골 지역이나 빈민가에서 방목하거나 주인을 잃고 버려진 떠돌이 개로 추산된다.

 

WP는 “생물학계에서는 이제 개를 자연에 유해한 동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떠돌이 개들의 공격을 받는 동물은 이구아나, 비둘기, 원숭이 등 191종에 이른다. 이 중 절반은 태즈매니안 데빌처럼 멸종위기종이거나 희귀종이다. 2017년 국제학술지 '생물 보존(Biological Conservation)에 발표된 호주 연구팀의 논문은 “개로 인해 멸종한 동물이 11개 종에 이른다”며 “개는 고양이류, 설치류에 이어 포유류 중 세 번째로 환경에 해로운 동물”이라고 지적했다.

 

IUCN은 “개들에게 공격받는 생물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개들이 그저 재미를 위해 이 동물들을 죽인다는 점”이라고 했다. 떠돌이 개들의 공격성이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 대학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리우데자네이루 인근 티주카 숲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다람쥐를 풀어 개체 수를 복원하는 사업을 벌였는데, 떠돌이 개 100여 마리가 풀어놓은 다람쥐들을 재미 삼아 죽이는 모습이 관찰됐다. 뉴질랜드에서는 독일산 셰퍼드 한 마리가 야생에 사는 키위새를 500마리나 죽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 굶주린 떠돌이 개들이 떼를 지어 사냥하는 탓에 야생 포식자들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 생물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내 자연보존지역과 국립공원 지역에서 떠돌이 개들이 침투해 마구 사냥을 하는 탓에 퓨마, 오실롯 등이 생존 경쟁에서 뒤처지고 개체 수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티베트 고원에서도 떠돌이 개들의 사냥으로 눈표범과 갈색 곰의 먹잇감이 부족해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는 떠돌이 개들이 야생 개나 늑대, 사자, 호랑이 등에 개홍역 등 바이러스와 전염병을 퍼트리는 문제가 관찰된다.

 

생물학자들은 “하지만 사람들이 개의 유해성을 잘 모르고, 개를 너무 좋아하는 탓에 문제의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연방 대학 연구팀이 티주카 숲에서 다람쥐를 해치는 개들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이 숲 인근 빈민가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떠돌이 개들로 파악됐다. 개들은 주인이 일하러 집을 나서면 덩달아 밖에 나가 야생동물을 재미로 죽이거나 사냥을 하며 배를 채우다가 주인이 집에 돌아올 때 즘 자신도 집으로 돌아가는 행태를 보였다. 연구팀은 “개 주인들은 우리가 관찰한 바를 알려줘도 ‘우리 개는 착하다. 문제가 없다’며 믿지 않으려 했다”고 WP에 말했다. 

 

생물학자 이사도하 레싸는 "사람들이 개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개가 일으키는 생태계 파괴 문제는 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의 유해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애지중지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