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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다른 뉴질랜드...총기 테러 이후 발빠른 총기 규제로 성과

WBDJOON 2019. 8. 19. 10:41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꺼번에 17명이 사망하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연달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1명이 사망했지만, 미 정치권은 여전히 총기 규제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 3월 51명이 사망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를 겪은 뉴질랜드는 정부와 정치권이 발 빠르게 총기 규제를 도입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CNN이 8월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테러 발생 하루 만에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대국민 성명에서 밝혔고, 야당인 뉴질랜드 국민당도 이에 초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2주 뒤 뉴질랜드 의회는 반자동소총과 대량 살상에 활용될 수 있는 공격용 소총, 대용량 탄창 사용을 금지하는 총기 규제 법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6월부터 사용이 금지된 반자동소총과 산탄총, 대용량 탄창을 정부에 반납하면 정부가 구매가의 95%를 금전 보상하는 ‘바이백(buy back)’ 프로그램도 지난달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12일 뉴질랜드 경찰은 “바이백 시행 한 달 만에 전국에서 7180명의 총기 소유자들이 1만242정의 반자동 소총과 산탄총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CNN은 “호주도 1996년 35명이 사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정부가 바이백 프로그램을 도입해 64만정의 불법 총기를 회수한 성공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바이백 프로그램에 약 2억8000만 뉴질랜드 달러(약 164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오는 12월 20일까지 바이백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뉴질랜드에서는 현행법상 총기 구매·사용 시 총기 면허가 필요하지만, 개인이 구입한 총기를 별도로 등록하지는 않아 정부가 뉴질랜드 내 총기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총기 관련 단체에 따르면 인구 500만명인 뉴질랜드에는 120만~150만 정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뉴질랜드 의회는 이달 내로 모든 총기를 경찰에 등록하도록 하는 2차 총기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