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민주화 시위 탄압한 아프리카 수단 군부…그 배후엔 빈 살만과 빈 자이드

WBDJOON 2019. 7. 2. 18:36

군부와 시위대가 힘을 합쳐 지난 4월 30년 장기 독재자 알 바시르 대통령을 몰아낸 동아프리카 수단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단 군부가 민정 이양을 사실상 거부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군부의 강경 진압 배후에는 인근 아랍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도 하르툼을 비롯해 수단 전역에서 수만 명이 거리로 나서 수단 군부에 민정(民政) 이양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단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와 군경이 곳곳에서 충돌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부상했다. 현지 의료진들은 "부상자 27명은 총상을 입었다"고 WP에 밝혔다. 

지난 4월 알 바시르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군부와 시위대는 한 달여간 신정부 구성 방안을 협상했다. 군부는 '군부 통치 2년 후 민정 이양'을 고집했고, 시위대는 '즉각적인 문민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이어갔다. 시간을 끌던 군부는 지난달 3일  군부 내 실세 무함마드 다갈로 함단 장군이 지휘하는 '신속지원타격대(RSF)'를 동원해 연좌시위를 강제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RSF가 구타와 살인, 강간을 자행했고 시위대 중 10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헤메티'로 불리는 함단 장군과 그가 이끄는 RSF는 과거 알 바시르의 최측근이자 친위부대로, 다르푸르 학살 사건을 주도한 악명높은 전력이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부의 강압적인 해산 작전이 이뤄지기 직전 함단 장군이 사우디를, 군부 공식 수장인 알 부르한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이 UAE를 각각 방문해 사우디의 최고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UAE의 일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로부터 막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 받았다고 보도했다. 군부가 시위대에 강경하게 나선 배경엔 두 실권자의 지원이 있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UAE 아부다비 왕세제

 

FT에 따르면 빈 살만과 빈 자이드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수단 군부가 시위를 진정시키고 군사 독재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와 UAE가 개입한 예멘 내전에 수단 군부가 1만5000여명의 지상군을 파견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우디와 UAE는 홍해 재해권을 장악하기 위해 수단을 비롯한 동아프리카 국가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항구 운영권과 군사기지를 설치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빈 살만과 빈 자이드의 외교적 목표는 이란의 패권 확장을 저지하고, 둘째로 아랍의 민주화 요구를 차단하고 수니파 왕정 국가를 유지해 이슬람 극단주의가 부상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FT는 수단 시위대가 민정 이양을 달성하려면 빈 살만, 빈 자이드의 이권을 보장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