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축구)

토트넘 리버풀 2018-2019 챔스 결승 감상

WBDJOON 2019. 6. 3. 17:00

#1. 역대 챔스 결승 중에서 손꼽히게 긴장감 떨어지고 재미도 없었고 수준도 낮았던 경기였다. 두 팀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서 전반전은 정말 무미 건조 그 자체. 개인적으로는 챔스 결승이 너무 늦게 열리는 문제가 드러났다고 본다. 전반전은 두 팀 모두 간만에 실전을 치르느라 경기에 적응하는데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2. 논란의 케인 선발
누군가는 포체티노 감독이 영국 언론의 압력에 이기지 못해 케인을 선발로 내보냈다고 하는데, 그건 절대 아니었을 거라고 본다. 비롯 오랜 시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케인은 분명 팀의 에이스 역할을 꾸준히 해온 검증된 월드클래스급 선수인 만큼 감독으로선 큰 경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고 본다. 


#3. 정치적으로 결정된 듯한 선발 라인업
문제는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 전반이 승리가 아닌 정치로 결정된 듯한 인상을 풍겼다는 점이다. 팀의 주축인 선수가 챔스 결승 선발에 나서지 못하면 추후 이적을 요청할 빌미가 될 수 있는데, 이날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은 주축 선수들에게 이적할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케인, 알리, 손흥민, 에릭센을 모두 선발로 내보내지 않으면 네 명 모두 이적을 고심할 수 있다는 걸 다분히 의식한 것 같았다. 그 결과 폼이 떨어진 케인과 알리는 경기 내내 영향력 없는 플레이를 이어갔고, 패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4. 왜 4-2-3-1이었나

이 때문에 토트넘은 결승전에서 이번 시즌 후반기 내내 재미를 독톡히 봤던 4-3-1-2 포메이션 대신 4-2-3-1을 내세웠다. 후반기 토트넘은 4-3-1-2로 에릭센을 꼭지점 공격형 미드필더에, 손흥민, 모우라 또는 손흥민 요렌테 투톱으로 선수들의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더불어 활동력이 좋은 시소코의 수비력이 빛날 수 있는 포메이션이기도 했다. 포체티노의 포메이션 변화로 토트넘은 후반기 연전연승하며 재미를 봤다.

4-2-3-1 대신 4-3-1-2에 손흥민 모우라, 또는 손흥민 요렌테 투톱을 썼다면 결승전의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5.  챔스 결승, 좀 더 일찍했으면 좋겠다. 
결승전이 좀 더 일찍 열렸다면 오랜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선수들(케인, 피르미누 등)이 굳이 선발로 나설 명분도 생기지 않았을 터이고, 덕분에 폼 좋은 선수들이 대신 나와서 더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치지 않았을까. 토트넘이 4-3-1-2를 구사하고, 리버풀은 피르미누 대신 오리기를 선발로 내세웠다면 지난 결승전은 더 많은 골이 나오는 좀 더 박진감 있는 경기가 됐을 거라고 본다. 
 

#6.
챔스 우승 좌절은 토트넘에겐 생각보다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우승 못해서 이제 망했다는 말이 아니라, 이번에 우승했다면 더 큰 클럽으로 성장할 발판이 마련됐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단 에릭센은 무조건 떠나는 게 확정적이라고 본다. 이번에 우승했다면 에릭센을 잡을 여지도 있었을 것이다. 

#7. 공격수로 더 적합한 손흥민

우리흥은 이제 윙포워드도 보다 아예 공격수로 전업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번 시즌 후반기부터 강하게 든다.  결승전에서는 4-2-3-1 전형에서 윙어로 뛰었는데, 전방 공격수로 뛸 때보다 파괴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물론 토트넘 선수 중에서는 가장 날카로웠지만). 흥미니가 만약 이적을 모색한다면 윙보다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해줄 팀을 찾는게 본인에게 더 좋을 듯.


#8. 호구에서 강호로 떠오른 리버풀
허구한 날 헛돈 써서 나를 열받게 만들었던 리버풀은 내가 칭송하던 클롭 감독을 데려가 꾸준히 신임한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로 부상했고, 챔스 우승으로 이를 증명했다. EPL은 향후 몇 년간 맨유, 첼시, 아스널이 계속 고전하고, 맨시티와 리버풀, 토트넘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중에 가장 불안한 팀은 토트넘이다. 언제든 주축 선수가 더 큰 구단으로 떠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트넘이 10여년간 가레스 베일, 모드리치 등 핵심 선수를 빅클럽에 팔고도 성공적으로 대체 선수를 찾아온 역량이 축적되어 있는 건 무시못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