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정황 정리
헝가리 경찰 및 소방 당국은 사고 후 10분이 지난 9시 15분쯤 신고를 받고 구조 작업에 돌입했다. 곧바로 7명의 생존자와 시신 7구를 발견했으나 한국인 19명을 비롯해 21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고 발생 5시간 만인 30일 새벽 2시쯤 머르기트 다리 밑에서 남쪽으로 3m쯤 떨어진 곳에서 허블레아니호 잔해를 발견했지만 추가적인 생존자나 실종자 발견에는 실패했다.
헝가리 내무부는 사고 현장에 소방관 96명과 군경, 잠수부로 이루어진 구조·수색팀을 투입해 밤새 수색 작업을 했다. 레이더 스캔 등 특수 장비를 갖춘 소방차 5대도 투입됐다.
하지만 구조 작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며칠간 내린 폭우 탓에 유속이 빠르고 거센 소용돌이가 일고 있었다. 범람할 듯 강둑까지 수위가 올라왔고, 강물은 온통 흙탕물이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30일 현장에서 만난 한 구조대원은 "수중에 잠수부 투입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선체를 최대한 빨리 인양하는 게 목표지만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생존자 중 한 명은 사고 지점에서 3㎞ 하류인 페퇴피 다리 부근에서 발견됐다. 물살이 빨라 먼 곳까지 떠내려간 것이다. 이에 따라 구조 당국은 다뉴브강 하류까지 수색을 확대했다.
◇추돌 후 뒤집히며 침몰
허블레아니호가 부다페스트 시내 다뉴브강 선착장을 출발한 것은 현지 시각 29일 밤 8시쯤이었다. 한국인 관광객 30명, 여행사 직원 1명, 가이드 1명, 사진작가 1명 등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선장과 직원 등 총 35명이 타고 있었다. 부다페스트에는 당시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우와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있었지만 야경 투어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현지 구조 당국과 우리 외교부 발표 등에 따르면 사고는 1시간의 투어를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던 밤 9시 5분쯤 일어났다. 헝가리 의회가 있는 코서스 광장 부근 머르기트 다리에서 3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허블레아니 뒤편에서 달려오던 5배나 큰(총길이 기준) 스위스 국적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Viking Sigyn)'호가 허블레아니 후미를 추돌했다. 선착장에서 수백m 떨어진 지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헝가리 경찰은 30일 "유람선이 충돌한 직후 선체가 기울어지며 7초 만에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헝가리 경찰은 사고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침몰한 허블레아니호와 바이킹 시긴호가 나란히 북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허블레아니호가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헝가리 방송사들은 "승객들이 보통 2층 갑판에 나와 야경을 감상하지만 사고 당시는 비를 피해 1층 실내에 들어가 있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수온은 10~12도로 체온보다 아주 낮았다.
◇밤 시간대만 60~70척 운항하며 붐벼
다뉴브강 유람선 운항 전반이 안전 의식이 부재한 상태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다뉴브강 유람선을 탑승했던 관광객들은 "직원이 비상시 안전 규칙 등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없고, 악천후라고 해서 운항이 취소되는 일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부는 "허블레아니호 탑승객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폭이 좁은 강에 매일 수백 척의 선박이 무리하게 운항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헝가리 현지 언론 '444'는 "다뉴브강에서 밤 시간대에 운항하는 배만 60~70척에 이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