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트럼프 수행 참모들 "에어포스원에 있는 시간, 전쟁포로로 잡힌 기분"

WBDJOON 2019. 5. 29. 15:33

부지런한 대통령을 모시는 고충일까, 까다로운 직장 상사의 갑질로 봐야 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26일 CNN은 “트럼프 취임 첫해에 백악관 참모들은 서로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려 했지만, 근래에는 어떻게든 해외 순방 수행을 피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잠을 적게 자고 요구 사항이 많은 트럼프를 따라 해외 순방에 가봤자 고생만 실컷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에어포스 원 내에 마련된 미 대통령 집무실



백악관 전·현직 참모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선두(船頭)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보낸다. 보통 보수 성향 뉴스 채널인 폭스뉴스를 TV로 시청하거나 신문을 읽는데, 자신에게 부정적인 기사가 눈에 띄면 바로 담당 참모·관리를 집무실로 호출한다. 불이 꺼진 여객기 안에서 쪽잠을 청하던 참모는 호출을 받고 집무실로 불려가 “당장 기사를 바로잡아라”는 트럼프의 불호령을 들어야 한다. 이외에도 트럼프는 에어포스 원에서 자신이 생각나는 일이 있으면 담당 참모나 관리를 수시로 호출해 상의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관리는 “에어포스 원에서의 시간은 마치 전쟁 포로로 사로잡힌 기분”이라고 CNN에 말했다. 평소에도 하루 4~5시간 정도 잠을 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면 잠을 더 자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시간을 보내려 졸린 참모를 붙잡고 실무 논의 외에도 스포츠·연예계 가십거리로 수다를 늘어놓기도 한다. 한 참모는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휴식을 좀 취하라고 권해도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에어포스 원에는 참모들을 위한 침대식 좌석이 따로 없어 대부분 소파나 사무용 의자에 기대어 쪽잠을 자야 한다. 

방문국에 도착하면 숙소 내 TV를 놓고 불평이 쏟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한 해외 순방에서 숙소에 도착한 후 “호텔 방 TV에서 폭스뉴스가 나오지 않는다”며 참모들을 질책했다고 한다. 해외순방마다 숙소에 “여러 대의 TV를 방 크기에 맞춰 설치해달라”고도 요구한다. 한 백악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해외 순방 탓에 미국 내 정치 현안과 여론 분위기에 생소해지는 걸 싫어한다”고 CNN에 말했다. 해외 순방길에서도 미국 내 주요 이슈와 여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TV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백악관통신국(WHCA)은 트럼프의 해외순방마다 그가 폭스뉴스를 시청할 수 있도록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를 준비한다. CNN은 “백악관 참모들은 호텔에서 쉬는 걸 좋아하는 트럼프를 위해 방문 첫날 일정은 도착 직후 호텔로 이동하는 일정을 짜고, 호텔 측에 미리 ‘머리 달린 생선 요리처럼 보거나 먹기 거북스러운 요리는 피해달라’고 요청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