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아르헨티나·그리스·베네수엘라의 통계 조작; 통계는 조작할 수 있어도, 현실은 조작할 수 없었다

WBDJOON 2018. 11. 20. 15:00

2018년9월11일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1/2018091100199.html


악화한 경제 상황을 통계 분식으로 감추려다 불신과 위기를 초래한 건 아르헨티나뿐이 아니다.


2009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는 재정 적자 규모를 조작했다가 화를 키웠다. 2000년 그리스 정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적자 규모가 6%라고 발표했다. 유로존 가입을 코앞에 두고서다. EU(유럽연합)가 과도한 재정 적자를 문제 삼아 유로존 가입이 좌초될까 우려해 적자 규모를 실제(13.6%)의 절반 이하로 줄인 것이다.


대가는 혹독했다. 2009년 EU의 회계 실사에서 통계 조작이 들통났다. 그리스의 국가 신용 등급은 추락했고, 국채 가격과 주가도 동반 폭락했다. 결국 국가 부도 직전에 몰린 그리스는 EU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석유 부국에서 사실상 국가 파산 상태에 놓인 베네수엘라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경제 실정을 감추기 위해 중앙은행이 주요 경제지표를 마구 조작했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2015년 물가상승률을 141.5%라고 발표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발표한 물가상승률(275%)과 현격한 차이가 났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3분기까지(1~9월)의 물가상승률을 2015년 한 해 동안의 물가상승률이라고 축소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이제 국가 경제지표를 아예 발표하지 않고 있다. 조작으로도 경제 실패를 감출 수가 없자 정부가 통계 발표를 중단시킨 것이다.


아프리카·아시아 개도국에서도 통계 조작은 빈번하게 벌어진다. 권위주의 정권이 경제 실책을 숨기려 하거나 신흥국이 국제기구로부터 경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그마한 경제 성과를 부풀리는 과정에서 조작이 일어난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통계 조작의 유혹은 나쁜 부분을 숨기려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주로 생겨나지만 종국에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