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신종 마약 펜타닐 '대량살상무기'로 지정 검토…이유는?
최근 미국에서 암암리에 빠르게 확산 중인 신종 합성 마약 펜타닐(fentanyl)을 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CNN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MD는 통상 핵무기, 중·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을 의미한다.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의 80배 효과를 가진 펜타닐이 테러리스트들의 화학 무기로 돌변할 위험이 있다는 게 미 정부의 판단이다.
미 군사전문매체 ‘태스크앤퍼포스(Task&Purpose)’가 최근 입수해 이날 공개한 미 국토안보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국토안보부와 국방부는 근래 암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펜타닐을 테러리스트들이 대량으로 입수해 공기 중이나 마실 물에 퍼트릴 경우 대형 인명 피해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펜타닐을 WMD로 지정해 펜타닐 불법 유입을 적발하는 최신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펜타닐 유통·판매 행위를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로 기소·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암 환자나 수술 환자를 위한 진통제로 개발된 펜타닐은 최근 신종 합성 마약 형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에 펜타닐 등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를 과다 복용해 사망하는 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2013년 미국 내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0~3000명 수준이었는데, 2017년에는 사망자 수가 7만2000명까지 늘었다.
펜타닐이 화학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은 지난 2002년 무장한 체젠 반군 50여명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문화궁전’ 공연장에 난입해 700여명의 관객·배우를 볼모로 벌인 인질극을 계기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러시아군은 공연장 환기구로 대량의 펜타닐 가스를 주입한 뒤 반군을 진압했는데, 반군뿐 아니라 인질로 잡혀 있던 시민 110여명이 펜타닐 가스 중독으로 사망해 논란이 일었다. 앤디 웨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대량살상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펜타닐)이 이렇게 암시장에 많이 퍼져 있는 상황을 본 적이 없다. 대책이 시급하다”고 CNN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