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용(기자)의 기사 아카이브/World News(국제뉴스 2018. 6 ~ 2019)

트럼프의 사드(THAAD) 관련 발언 폭로 "이건 끔찍한 거래, 제기랄… 미국에 도로 갖다놔!"

WBDJOON 2018. 11. 20. 14:57



2018년9월8일자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8/2018090800169.htm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한·미 간 합의에 대해 "끔찍한 거래(terrible deal)"라며 한국 배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미 북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로 가져오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펴낼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를 인용해 6일(현지 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어느 봄(a spring)'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참모들과의 회의 석상에서 나왔다고 한다. 사드 1기가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반입된 시점이 지난해 4월이기 때문에 지난해 봄으로 추정된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한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돈을 냈느냐"고 물었다. 맥매스터는 "사드 비용을 지불하는 쪽은 미국"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사드 덕을 보는 건 한국인데, 왜 미국이 비용을 내느냐는 취지였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게 미국에 이익이라고 설득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한국은 우리에게 99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지를 임대해 줬다"며 "우리는 단지 사드를 배치하고 운영하는 비용만 댈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친 듯이 날뛰기(went wild)' 시작했다고 이 책은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봐야겠다"고 지시했고, 곧 회의실에 롯데 성주골프장 자리에 들어선 사드 부지 지도 여러 장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살펴본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똥덩어리 땅(a piece of shit land)이다"며 "이건 정말 끔찍한 거래다. 누가 이 거래를 성사시켰나. 어떤 천재 녀석이냐. 저리 치워라. 난 이 부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사드에 10년간 100억달러(약 11조2280억원)가 들어갈지 모르는데, 정작 사드는 미국 안에 없지 않으냐"며 "제기랄(Fxxx it), 그것(사드)을 도로 가져와 포틀랜드에 갖다놔"라고 외쳤다고 한다.


뉴스위크는 "사드는 한국의 주요 도시를 보호할 뿐 아니라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에 투입될 수천 명의 미군을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엄호해 준다"며 "사드가 한국에 있을 때 생기는 이익을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외교 안보 전략에 대해 무지하고, 전통 우방국 현안을 비용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측은 미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드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고 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트럼프의 이 같은 무지와 편견은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 카드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까지 트럼프가 제시할 가능성이 농후하단 얘기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광설에도 사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며, 대신 그의 분노는 한국의 지도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시작을 동의하게 해줬다"고 전했다. 사드 문제로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에 응했다는 취지다.